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박지웅 옮김
다온북스 | 352쪽 | 1만7000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이언맨과 헐크의 가장 큰 차이가 뭔 줄 알아? 유도리여. 아이언맨은 유도리가 있으니께 명품 빼입고, 헐크는 그게 없으니께 헐벗고 댕기는 거라고.” 열정만 가득한 후배 경찰에게 파출소장이 건네는 농이다. 웃자고 한 말이지만 문득 궁금하긴 했다. 왜 헐크는 ‘유도리’, 즉 융통성이 없을까.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은 ‘슈퍼히어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아이언맨의 슈트,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헐크의 충격파, 토르의 번개…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한 저자는 “놀랍게도, 마블 영화에 등장한 거의 모든 기술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책은 먼저 영웅들을 능력별로 분류한다. 그리고 복잡한 두뇌, 가차없는 맹공, 위력적인 무기 등 이런 능력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정신 지배’로 묶고 ‘대상 : 에릭 셀빅, 호크아이, 스칼렛 위치’ ‘과학개념 : 경두개 자기 자극법, 광유전학’ 이렇게 연결하는 식이다.
그럼 여기서 다시, 헐크는 왜 늘 화가 나있고 아군인 어벤저스에게도 피해를 주는 걸까. 신경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변신의 과정에서 뇌의 여러 부위에 크기 변화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한다. 공격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인지 과정을 제한하는 쪽으로 신경회로가 재배치돼서 융통성 없는 히어로가 된 것이다.
혹여 마블 영화에 무지하다고 해도 섣불리 책에 흥미를 잃을 필요는 없다. 영웅마다 서사를 설명해 놓은 ‘줄거리’ 코너가 있어서 내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