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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룰라가 돌아왔다’…남미 대륙 변화 이끄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상베르나르두두캄푸| A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상베르나르두두캄푸| AP연합뉴스

‘룰라가 돌아왔다’.

2000년대 남미 대륙을 휩쓴 좌파 물결의 아이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74)이 580일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브라질 정치계로 돌아왔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4)에 맞서는 야권 집결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60)가 당선되자 “남미에서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룰라의 귀환’은 남미인들에게도 변화를 향한 희망을 불지피고 있다.

에스타두지상파울루 등 현지언론 보도를 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석방됐다. 전날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지난해 2심 재판에서 12년1개월의 형을 선고받아 19개월째 수감 생활을 해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서 열린 ‘룰라 석방 환영 행사’에서 룰라를 향해 환호하고 있다.  상베르나르두두캄푸|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서 열린 ‘룰라 석방 환영 행사’에서 룰라를 향해 환호하고 있다.  상베르나르두두캄푸| 로이터연합뉴스

노동자당 등 지지자들은 환영했다. 석방 이틀째인 9일 룰라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상파울루주 상베르나르두두캄푸에 수천명이 모여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룰라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채 밝은 모습으로 지지자들을 만났다. 그는 약 45분간의 연설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더 배고프게 됐고, 직업이 없으며, 우버 운전사나 피자배달을 하고 있다”며 “브라질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지지자들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자유 룰라’라고 쓰인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좌파진영 선거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상파울루 시장 등에 직접 출마할 수도 있다. 이를 디딤돌 삼아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상파울루에서 열린 노동자당 전당대회에서는 ‘룰라 무죄, 룰라를 대통령으로’ 등의 구호가 행사장을 뒤덮었다. 다만 부패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피선거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직접 출마가 어려워지면 좌파 진영의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9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브라질리아의 의사당 앞에서 룰라 전 대통령 석방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브라질리아의 의사당 앞에서 룰라 전 대통령 석방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 AP연합뉴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권에 맞서 좌파진영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말까지 전국 주요 도시를 찾아가는 ‘정치 캐러번’을 예고했다. 보우소나루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룰라의 석방 이후 브라질은 좌파와 우파, 양 진영의 날카로운 대립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은 9일 트위터에 “나는 생물학적으로 74세지만, 30세와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썼다. 운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함께 올렸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위터에 “룰라는 석방됐으나 모든 죄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면서 비판했다. 브라질리아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룰라 전 대통령 석방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남미 지역에선 좌파 연대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페르난데스가 승리한 데 이어 우루과이 대선도 좌파 집권당의 다니엘 마르티네스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두 사람은 선거 기간 줄곧 ‘룰라의 후계자’임을 자처해왔다. 대선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려 있으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건재한 편이다.

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좌파 정치지도자 모임 ‘푸에블라 클럽’ 총회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알베르토 프레난데스(왼쪽)가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석방을 환영하며 ‘자유 룰라’ 사인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좌파 정치지도자 모임 ‘푸에블라 클럽’ 총회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알베르토 프레난데스(왼쪽)가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석방을 환영하며 ‘자유 룰라’ 사인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 AFP연합뉴스

쿠바 통신사인 프렌사라티나에 따르면 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푸에블라 클럽’ 총회에서 페르난데스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일제히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축하했다. 푸에블라 클럽은 남미 좌파·중도 좌파 지도자 30여명이 참여한 모임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항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룰라는 총회에 “나는 자유이고, 싸울 준비가 됐다. 남미 지역의 강한 통합을 이루고 ‘위대한 남미’를 건설하는 것이 나의 인생의 목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총회에서는 룰라의 석방 축하와 함께 모랄레스에 대한 지지선언도 잇따랐다고 프렌사 라티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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