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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위기에 빠진 경제

입력 2019.11.10 20:26

수정 2019.11.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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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취재를 담당했었다. 회의 준비과정에서부터 개막과 폐막 때까지 많은 기사를 썼던 것 같다. 그해 6월 정상회의 예비단계로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2박3일간 출장을 간 기억도 있다. 미국, 중국을 비롯해 세계 20개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초대형 국제 이벤트다 보니 정부는 전 부처를 동원해 오랜 시간 준비했고, 홍보도 대대적으로 했다. 심지어 주요 정치 일정과 검찰 수사까지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지기까지 했다. 정부가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G20 정상회의가 G7 선진국 이외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보니 자랑하고, 활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서울 회의 즈음은 선진국으로만 구성된 G7, G8을 넘어 신흥국까지 포괄하는 G20이 국제사회를 이끄는 주도세력으로 본격 부상하던 때라는 의미가 있었다. G20의 위상은 높았고, 이를 통한 국제협력과 공동번영에 대한 희망도 컸다.

[아침을 열며]신뢰의 위기에 빠진 경제

최근 들어서는 G20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다녀온 인사를 얼마 전 만날 기회가 있어 회의 분위기를 물어봤다. 이 인사는 G20에서 되는 일이 없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무엇보다 현재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보호무역주의 타파에 대한 논의가 G20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G20의 존재 가치에 회의가 들 정도라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는 1차 회의 때부터 매번 들어갔던 ‘반(反) 보호무역주의’ 문구가 지난해 회의에 이어 2년 연속 빠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경제를 살리려는 각 나라가 각자도생을 추구하면서 국제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지만 G20은 이를 해소할 능력과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세기에 국제사회를 이끌었던 G7이 21세기에 G20으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국제협력을 책임지는 어떠한 주도세력도 없는 ‘G0’ 시대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최근 국제사회는 최소한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다.

신뢰의 위기는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국민들이 하나가 됐다. 하지만 요즘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경제주체들 간의 협력은커녕 대립과 분열만 심화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노년층은 노년층대로,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자기들 요구만 내세운다. 경제주체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정부와 노동계를 못 믿고, 노동계는 정부와 기업을 못 믿는 불신의 골이 깊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내 것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들 간 대립과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잇속을 챙기려는 세력 탓도 있지만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정부의 실패도 책임이 크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업자, 양조업자, 제빵업자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사익 추구 때문이라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시장경제가 여러 경제주체들의 이기적인(그렇지만 합리적인) 경제적 유인에 의해 생산의 균형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기적인 경제주체들과 이들을 규율하는 각종 법과 제도, 계약 관계로만 완성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장경제도 신뢰에 기반하지 않으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계약서만으로, 법전에 명시된 규정만으로 협력이나 거래가 성립되기란 쉽지 않다. 협력과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의 파이’는 커지지 않는다. 성장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 안팎에서 신뢰의 위기가 격해지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할 수밖에 없다.

반환점을 돌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여러 과제가 제시되고 있는데, 이 중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찾기 전에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부터 먼저 고민해야 할 때 같다. 각 경제 주체가 자신들에게는 이득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손실이 되는 행위를 이해하고 자제하는 선택도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이번에 양보하면 다음엔 저쪽이 양보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는 국민소득으로 계산이 안되지만 생산과 투자, 소비 이상으로 중요한 경제의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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