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오프라인 매장 위기에 ‘리츠’ 상장으로 해결책 찾는 유통기업들](https://img.khan.co.kr/news/2019/11/10/l_2019111101000965000086911.jpg)
롯데리츠가 성공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미 증권시장에서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랩 등 여러 부동산투자회사의 주식이 거래되고 있지만 큰 규모의 롯데리츠가 상장하며 본격 리츠 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뒤이어 여러 큰 규모의 리츠사들이 상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리츠(REITs)는 부동산 투자 신탁을 의미한다. 주주들이 리츠사의 주주가 되면 부동산을 취득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리츠사가 투자목적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임대사업을 하면 주주 역시 간접적으로 처분이익과 임대수익을 얻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주주이므로 이 부분은 배당금으로 돌려받는다. 배당 수익률이 직접 부동산에 투자해서 거두는 수익률이나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다면 투자자에게 매우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리츠를 통해 소규모의 종잣돈으로 누구나 건물주가 될 수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소유한 부동산을 깔고 있지 않고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롯데쇼핑은 자본금 50억원으로 롯데리츠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4249억원에 현물출자했다. 자산규모 4299억원짜리 롯데리츠의 사업은 이렇게 현금 50억원과 부동산 1개로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기업 공개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4299억원을 조달받았고 이 돈으로 롯데쇼핑 소유의 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을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다. 결국 롯데쇼핑은 50억원을 들여 회사 하나를 만들어서 부동산을 넘기고 롯데리츠를 통해 자본을 조달받은 셈이 된다.
롯데쇼핑은 부동산 소유권을 넘겼지만 계속 그 자리에서 사업을 해야 하니 롯데리츠에 임차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 대신 롯데쇼핑은 유형자산에 대한 관리비와 감가상각비가 절감되고 롯데리츠의 최대주주로서 배당금을 받으니 어느 정도 임차료 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다. 리츠사의 회계기간은 6개월이므로 주주는 1년에 2번 배당금을 받는다.
이렇게 롯데쇼핑처럼 부동산이 많은 회사 입장에서는 리츠를 통해 손쉽게 현금 확보가 가능해졌다. 특히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건물은 직접 매각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위치에 매장 건물이 있다고 해도 일반 상업용 건물과 비교해서 구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매각 상대방을 찾는데 애를 먹을 수 있고 제값을 받지 못할 불확실성도 있다. 그 고민을 리츠가 해결해준 것이다.
단,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고 있는 유통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리츠가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롯데백화점의 매출액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고 롯데마트는 영업적자에 빠져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홈플러스도 롯데리츠처럼 부동산 투자회사를 만들어 기업공개를 하려 했으나 자본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철회하고 말았다. 공모자금을 통해 마트를 매각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셈이다.
이마트 역시 공모 리츠를 검토했지만 홈플러스의 리츠 상장 실패를 보며 결국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전문투자형 부동산펀드 신탁업자에게 부동산을 매각하고 임차하는 방식을 택했다.
리츠는 부동산이 많은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지만 결국 투자자에게 확실한 비전을 심어주거나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리츠를 통해 기업이 누린 혜택을 주주들과 적극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야 리츠 상품이 계속 확대되고 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투자자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리츠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