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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미 훈련 조정 가능” 발언 뒤…북, 기다린 듯 “대화 용의”

입력 2019.11.14 23:24

수정 2019.11.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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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연락사무소로 협상 가망 없다” 기존 입장 강조

‘비건 제안’에 답변 형식 취하며 미국에 제재 완화 등 압박

내달 중 협상 재개돼도 입장차 여전…결과 예단 어려워

미 “한·미 훈련 조정 가능” 발언 뒤…북, 기다린 듯 “대화 용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사진)가 14일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뜻을 밝히면서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멈춘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미국이 북한이 중단을 요구해온 한·미연합훈련 조정 의사를 밝힌 직후 나온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등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거듭 압박하고 있어,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사는 담화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제3국을 통해 12월 중 협상을 갖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그동안 물밑에서 북측에 대화 재개 의사를 타진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협상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조미(북·미)관계와 관련된 구상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 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것은 도리어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을 증폭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김 대사의 담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한국행에 오르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증진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직후에 나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해 미국에 촉구해온 조치다. 한·미 군 당국은 15일 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최종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에스퍼 장관 발언은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 대해 미국이 답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핵 실무협상에 임하려는 미국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은 이날 “미 국방장관의 군사연습 조정 발언은 대화동력을 살리려는 긍정적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도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메시지가 나오면 이를 명분으로 대화를 재개하고 싶었음을 보여준다”며 “북측이 12월에 미국과 만나 스톡홀름 협상 이후 미국 태도에 변화된 게 있는지 보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도 자신들이 설정한 연말 시한에 쫓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로 어렵고 시련도 많다”며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강요해온 고통은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고 했다. ‘새로운 길’로 갈 수도 있다는 미국을 향한 시위성 메시지로 읽혔다.

다만 김 대사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명백히 밝힌 것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그에 대한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사는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가망이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 내 일각에서 비핵화의 초기 상응조치로 거론되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받고 비핵화의 길을 갈 순 없으며, 자신들을 옥죄는 경제 제재와 안보 위협 등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다. 이는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에도 북측의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북·미가 12월에 다시 마주앉더라도 협상 전망을 낙관하긴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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