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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스리랑카의 '돌아온 스트롱맨'…“중국 영향력 커질 듯”

입력 2019.11.18 17:07

수정 2019.11.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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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바야 라자팍스 스리랑카 대통령이 18일 아누라다푸라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누라다푸라|로이터연합뉴스

고타바야 라자팍스 스리랑카 대통령이 18일 아누라다푸라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누라다푸라|로이터연합뉴스

스리랑카에 ‘스트롱맨’이 돌아왔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들에서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정권을 잡은 데 이어 남아시아 스리랑카도 강경파 지도자를 선택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국방부 차관(70)이 18일(현지시간) 제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고 데일리뉴스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고타바야 후보가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74)의 동생이다. 2005~2015년 ‘마힌다 철권통치’를 곁에서 수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부활절 테러’ 등에 업고 되살아난 라자팍세 가문

고타바야의 당선은 지난 4월 26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활절 테러 이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민심을 등에 업은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테러 용의자로 지목했고,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불교계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경 대응을 할 지도자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이번 대선 결과는 라자팍사 가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마힌다 전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꿈꿨으나 지난 2015년 대선에서 ‘예상 밖’으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에 패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힌다는 내년 차기 총리로 복귀를 노리고 있다. 고타바야·마힌다 형제의 아버지도 정치인이었고, 이들 형제 총 9명이 정계에서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다.

라자팍사 가문의 부활은 소수 집단 억압과 인권 탄압 논란을 다시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형과 함께 2009년 정부군과 타밀족 간 25년 내전을 끝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타밀 반군을 무력화하고 내전을 끝내기 위해 정부군은 4만500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이밖에도 언론인 살해 의혹 등 여러 인권 탄압 사건에 연루돼 있다.

싱할라족 출신인 고타바야가 힌두교를 주로 믿는 소수 타밀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권은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무슬림과 불교도 등 소수집단들을 억압하고 있다. 비슷한 일이 스리랑카에서 벌어질 수 있다. 모디가 과거 힌두교도들의 무슬림 학살을 선동·방조했듯, 라자팍사 형제들도 ‘타밀 학살자들’이라는 악명을 듣고 있다.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커질까

권위주의적 성향과 강경 노선은 비슷하지만, 라자팍사 형제는 인도의 모디가 아닌 중국과 가까웠다. 고타바야의 승리는 인도와 중국의 역내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인도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리랑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힌다 전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중국 자본이 들어와 공항과 도로,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4년 콜롬보항에 중국 잠수함 두 척이 정박하도록 허용해 인도와 미국 등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중국에 진 빚이 늘고 비판 여론이 커지자 후임인 시리세나 대통령은 ‘탈중국’ 정책을 펴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와 미국 등은 고타바야가 새 대통령이 되면 스리랑카의 친중국 노선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 NDTV도 마힌다가 친중국 성향이었음을 거론하며 “라자팍사 가문의 복귀는 인도에 근심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게 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힘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캄보디아는 야당 탄압과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반면 중국과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정책연구센터의 보안 분석가 브라마 첼라니는 “스리랑카가 캄보디아처럼 역내에서 중국의 또 다른 캠프가 된다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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