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 사법농단 재판
검찰, ‘윗선 강행’ 문건 공개
형평순위 A → G 돌연 강등
2015년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특정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사발령을 내리려 할 때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인사실)이 구체적으로 반대한 내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부당한 인사를 윗선에서 강행한 정황이다. 인사실은 인사 실무를 담당한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서 2015년 9월5일자 ‘2015년 정기인사 후기’ 문건을 공개했다. 그해 2월 법관 정기인사 때 법원행정처 인사1심의관이었던 이흥주 판사가 작성했다.
문건에는 “송승용 판사의 통영 배치는 인사실에서는 반대했지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해 막지는 못했다”며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증인으로 나온 노재호 판사는 인사실이 송 판사의 통영 배치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송 판사에 대한 물의야기로 검토된 사유가 과연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지원인 통영지원까지 배치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실무자로서는 다른 생각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인사배치안을 보면 송 판사는 인사 우선순위인 형평순위가 A등급이었지만 갑자기 G등급으로 변경됐다. 통영지원은 송 판사의 희망지도 아니었다. 노 판사는 2015년 2월~2017년 2월 인사실에 근무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문건 중 송 판사 부분에는 ‘물의야기 내용(부적절한 게시글)’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 아래에 송 판사 게시글을 두고 “양창수 대법관 후임 대법관 절차 진행 중이던 2014년 8월 2003년 대법관 임명제청 관련 사법파동에 관한 글을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에 게시하면서 이를 법원 내부의 자발적인 역량들이 모여 우리 사법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으로 평가”라고 적었다. 문건은 송 판사 글 게시 내역도 첨부했다.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글 게시를 인사 불이익 사유로 쓴 것이다.
문건의 ‘인사조치’ 부분은 ‘형평순위 강등해 지방권 법원 전보’를 1안으로 제시했다. 그 옆에는 수기로 브이(V) 표시를 했다. 이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강형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5년 1월22일 결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에 결재는 했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는 몰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