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 받은 혐의 ‘면소’ 판결
뇌물수수는 증거 부족…여성단체 “성폭력으로 재고소할 것”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사진)에게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차관에게 접대한 건설업자 윤중천씨도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지난 15일 1심에서 면소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늑장 수사·기소로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자들은 처벌을 피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6년 여름부터 2008년 2월 사이 원주 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13회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에게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면소’(소송 조건이 결여됐다고 보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 판단을 했다. 뇌물 액수가 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김 전 차관은 윤씨가 동원한 여성 ㄱ씨에게 성접대를 받았으며, 이 여성과의 관계가 드러날까봐 윤씨가 ㄱ씨에게 받아야 할 전세보증금 1억원을 포기시킨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씨가 동원한 ㄱ씨에게 지속적으로 성접대를 받아온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검찰에서 “나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형이 도와줘요”라고 진술했는데, 이 진술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광주고검장이던 2012년 윤씨 부탁을 받고 다른 피의자의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봐준 혐의(수뢰후부정처사)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윤씨에게 연락을 받고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주려고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사업가 최모씨,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직무관련성·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49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는 “10년이 넘는 뇌물 수수 기간에 최씨나 주변인물이 형사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김씨에게 5600만원, 9500만원을 각각 송금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계좌로 송금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어떠한 명목으로 송금이 이뤄졌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 변호인은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부분이 많았다”며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 전 차관은 바로 풀려났다.
검찰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단 관계자는 “거액을 장기간에 걸쳐 수수했는데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반발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논평에서 “엄연히 ‘사람’인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폭력 사건을 ‘액수 불상’의 ‘뇌물’죄로 둔갑시켜 기소한 이번 김학의 사건과 수년간의 극악한 성폭력 중 단지 몇 건만을 추려 기소한 윤중천 사건 모두 애초에 검찰 조직의 면피용 기소”였다며 “검찰이 깔아놓은 좁은 틀 안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 법원은 사실상 ‘판단’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28일 피해자와 함께 김학의를 성폭력 혐의로 재고소하고 2013~2014년 부실 수사한 검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