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예비군·동원 불참한 20대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뒤 하급심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무죄 선고받은 경우는 이 사건이 유일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박석근 부장판사)는 병역법과 예비군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ㄱ씨의 항소심에서 22일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에는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가 1심에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는 현역 군 복무를 마친 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차례 예비군·동원 훈련에 불참해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을 따랐기에, 병역거부 처벌의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특별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ㄱ씨의 양심은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된다고 인정했다.
여러 특별한 사정들로는 ㄱ씨가 병역의무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음에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조사와 재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형벌의 위험,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모두 감수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재판부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양심의 본질상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기 전까지는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적고, 특히 비종교적 양심의 경우 종교활동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표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사회활동 등을 통해 양심을 표명할 것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할 경우 비종교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