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반정부 시위 참가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바그다드 거리에서 ‘툭툭’ 신문을 읽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에는 최근 ‘툭툭’이란 이름의 신문이 등장했다. 50일 넘도록 계속되는 시위로 약 350명이 목숨을 잃는 등 당국의 진압 강도가 세지는 와중에 ‘툭툭’은 “가장 믿을 만한 소식통”이자 시위대를 연결해주는 소통 수단이 됐다. 이 신문이 발간된 지는 한 달쯤 됐다. 부상자를 실어나르며 이라크 시위대의 상징이 된 3륜 오토바이, 툭툭에서 이름을 따왔다. ‘툭툭’은 온라인 매체 관련 활동가들이 비밀리에 취재·제작·인쇄해 일주일에 한 번, 약 2000부씩 바그다드 곳곳에 뿌린다.
사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대 들어 각국 시위대는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며 결집해왔다. 그런데 이라크 시위대는 왜 종이매체인 ‘툭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에 의해 통제된 국영언론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당국의 인터넷 차단이 이뤄지자, 시위대가 나름의 대안으로 ‘툭툭’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카예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미 CNN에 “이란, 중국, 인도,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등 각국에서 시위가 일어나면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됐다”고 했다.
시위의 조직·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 조치에 각국 시위대도 ‘툭툭’처럼 나름의 대안을 찾고 있다. 휘발유값 인상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는 시위대가 인접 국가 위성을 활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시위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기업의 위성을 이용한 프로그램인 ‘투쉬’(Toosheh)를 이용해 당국 감시를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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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는 시위 상황의 악화여부에 따라 인터넷 통제 강도를 조절해왔는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이란 정부는 시위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자 23일 오후부터 부분적으로 유선 인터넷 연결 차단을 해제했지만, 무선 인터넷망은 여전히 차단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미국이 이란에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식으로 이란인들의 인터넷 접속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이후 장기간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에서는 인터넷이 없어도 블루투스를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브릿지파이’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월3일 미국 포브스 보도를 보면 실리콘밸리에서 만든 ‘브릿지파이’가 홍콩을 중심으로 다운로드가 급증했다. ‘브릿지파이’는 인터넷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블루투스를 이용해 100m 이내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방송 기능도 있다.

브릿지파이 홍보 영상 캡처
당초 ‘브릿지파이’는 허리케인이나 지진 등 재난상황에 유용한 앱이었지만, 홍콩 시위대에 달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인 호르헤 리오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위대의 ‘브릿지파이’의 활용에 대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 누군가 자신의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소통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2014년 민주화시위 ‘우산혁명’ 때 메신저 ‘파이어챗’이 활용됐다. 파이어챗은 인터넷 회선이 먹통이 되어도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메시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