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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성차별 문화

입력 2019.11.24 20:52

게임문화는 페미니즘 비평의 주요 대상이다. 게임을 구성하는 이미지나 캐릭터에서 나타나는 성별 고정관념, 여성 신체의 성적 도구화 문제는 물론 게임 이용자들이 만들고 영위하는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에서 비평이 이뤄져 왔다. 최근 한국 게임산업 영역에서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노골적인 배제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11월2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16년 이후 한국 게임업계는 소비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실질적 사상 검증을 자행하면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사상 검증을 이유로 고용에서 배제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 위반이기도 한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사상 검증 논란에서 문제라고 지적되는 ‘사상’이 성평등과 관련된 주장이나 의견들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세상]게임업계의 성차별 문화

이런 사건은 계속 반복되어 왔고 업체 스스로가 특별한 인식 없이 ‘리스트’를 언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일이라는 점이 문제적이다. 한 모바일 게임업체는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에 대응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언급하며 해당 작가를 일러스트 작업에서 퇴출시켰다. 게임 전문 잡지는 이 사건을 “외주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자신의 SNS상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리트윗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고 보도한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에서 문제가 과연 무엇이었는가? 2016년 김자연 성우 사건 때 부당한 계약 해지에 항의하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것이 전부였다. 이는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가 주장하듯 “반사회적 사상”의 표현이 아니라 동종업계의 노동자 권리문제에 연대하고 반응한 것이었다.

게임업계에서 다수의 여성 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취약한 위치를 빌미 삼아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는 이들 노동자의 발언을 일일이 점검하여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 노동자는 자신의 의견 표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게임 이용자들이나 게임 관련 언론들은 ‘리트윗 정황이 논란이 되어 작업 계약이 해지된’ 상황이 왜 문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게임 전문 잡지는 애초 페미니즘을 혐오사상이라고 표현했다가 항의를 받고 이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게임 문화와 업계 내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여성혐오나 성차별은 일베 등 비정상적 주체만 하는 일로 여기고 일베가 아닌 자신들은 선량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여성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말하는 목소리는 모두 메갈이나 극단적인 페미니즘이라는 라벨링을 하면서 반사회적 사상이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 게임문화의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담론 상황이다.

게임문화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몰아내려는 이용자들은 굳건하게 존재하여 게임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성적 모욕과 비하 표현을 경험해야 한다. 게임 이용자의 다수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는 게임업계가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해당 목록 작성은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외주 일러스트레이터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의 이유로 신고인과 용역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신고인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바 있으나 법적 강제성이 없어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제도하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에 취약한 지점이 있고, 이를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외주 노동자의 취약한 지위에 항의하는 정당한 권리 주장을 혐오로 개념화하는 이용자 문화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게임업계의 이와 같은 대응은 수년째 여성 프리랜서 노동자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대응이 “게임산업의 문화적 위상 제고”라는 게임업계의 목표를 스스로 해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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