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노키즈관

송현숙 논설위원

아이들의 입장을 금지하는 공간을 뜻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주로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업소에 사용된다. 보호자와 아이의 실루엣, 혹은 ‘Kids’라는 단어에 빨간 사선을 그은 ‘아이 출입금지 표지판’이 연관이미지로 함께 검색된다. 이 신조어는 2014년 무렵 언론에 등장했다. 5년이 지난 2019년 현재 구글을 검색하면 400곳가량의 노키즈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키즈존 증가와 함께 논란도 확산됐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 방침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시정을 권고했지만, 논란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노키즈존에 저항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예스키즈존’을 제목으로 내건 책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근엔 노키즈존을 넘어, 그 아류인 노키즈관 논란까지 뜨겁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지난 21일 개봉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노키즈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키즈관은 “아동혐오” “약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박이 이어지며, 지난 주말엔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수위에 ‘#아동혐오’가 오르기도 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남녀노소가 함께 보던 동네 서커스 극장에선 아이 울음이 들리면, “○○엄마 애 배고픈가봐, 젖 주고 와”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웃음이 번지는 사회였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까. 머지않아 버스, 지하철, 비행기에도 노키즈존을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될지 모른다. 차별과 배제는 전염병처럼 확산되기 쉽다. 어느 날 갑자기 40세, 50세 이상 출입금지 ‘노시니어존’, 또 다른 많은 ‘노○○존’이 등장한다고 화내지 마시라. 이미 서울 일부 지역에선 이런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두 팔 벌려 환대하기는커녕, 운다고 시끄럽다고 엄마까지 싸잡아 ‘맘충’이라 비난하고, 곳곳에 ‘노키즈존’을 만들어 밀쳐내고, 어딜 가도 눈치 보고 주눅 들도록 만드는 사회에 아이들이 과연 오고 싶을까. 노키즈존, 노키즈관 요구 속에 아기 울음도 끊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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