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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뉴질랜드 정치권에서 터져나온 “오케이, 부머”

‘오케이, 부머’(Ok, Boomer)는 ‘유스퀘이크’(Youthquake)의 연쇄반응일까.

젊은 세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두 신조어가 최근 뉴질랜드 정치권을 강하게 흔들고 있다. ‘오케이, 부머’는 기성세대의 참견·가르침에 저항하는 의미로 쓰이며, 한국말로 풀어보면 “됐거든, 꼰대” 정도로 해석된다. ‘유스퀘이크’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젊은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 정치권서 잇따라 터져나온 “오케이, 부머”

뉴스허브 등 현지 언론을 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제1야당 국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파머스턴노스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17세 윌리엄 우드를 후보로 선출했다. 우드는 내년 1월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지는데, 그가 선거에서 이기면 뉴질랜드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우드의 등장은 화제를 모았고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사이먼 브릿지스 국민당 대표, 윌리엄 우드, 피터 윌리엄(왼쪽부터)|뉴스허브 캡처

사이먼 브릿지스 국민당 대표, 윌리엄 우드, 피터 윌리엄(왼쪽부터)|뉴스허브 캡처

실제 뉴질랜드 라디오 방송 사회자인 피터 윌리엄은 25일 사이먼 브리짓스 국민당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내 딸보다 어린 총리(저신다 아던)와 씨름하고 있는데, 이제는 갓 졸업한 10대랑 씨름해야 하는 건가”라면서 “(우드는) 인생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자 브릿지스 대표는 “오케이, 부머”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브릿지스 대표는 “경력이 부족한 게 오히려 그에게 열정과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당이 다양한 연령대를 포용한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25세 의원 클로에 스와브릭이 자신의 발언에 기성세대의 야유가 쏟아지자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하는 장면 | 뉴질랜드 의회 방송 캡처

뉴질랜드의 25세 의원 클로에 스와브릭이 자신의 발언에 기성세대의 야유가 쏟아지자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하는 장면 | 뉴질랜드 의회 방송 캡처

앞서 지난 4일 녹색당 클로에 스와브릭 의원(25)은 의회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의사발언을 하던 중 중진 의원들로부터 야유가 나오자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했다. 이는 소셜미디어 유행어인 ‘오케이, 부머’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명장면’이 됐다.

[관련기사]“오케이, 부머”···기성세대 야유 잠재운 뉴질랜드 25세 의원의 한마디

뉴질랜드 정치권의 ‘유스퀘이크’

뉴질랜드에서 ‘오케이, 부머’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최근 젊은층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진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유스퀘이크’를 선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2)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9) 등 젊은 국가 지도자가 선출되자 젊은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당시 국제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말이다.

아던 총리가 등장하기 전 뉴질랜드에서도 젊은층의 정치 참여는 저조한 편이었다. ‘유스퀘이크’가 분명하게 나타난 건 지난달 12일 지방선거 때다. 30세 이하 당선자가 30명으로, 2016년 선거 때(14명)보다 크게 늘었다. 아던 총리와 스와브릭 의원과 같은 젊은 정치인을 보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다. 로토루아 시의원으로 선출된 피셔 왕(19)은 영국 가디언에 “아던이 정치에 입문한 여정을 들었을 때, 매우 흥미로웠고 빠져들었다”며 “아던은 스타”라고 했다.

스와브릭 의원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촉구했듯이, 젊은층의 주요 관심사인 기후 문제가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카피티연안 지구 구의원으로 선출된 소피 핸드포드(18)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특히 기후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와이카토대 교수인 패트릭 바레트는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뉴질랜드 청소년들이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활동을 보고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젊은 정치인들에겐 늘 ‘경험이 부족하다’‘어린 나이인데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따라다닌다. 핸드포드는 선거 유세 기간에 자신의 경험과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제가 (통념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지 않습니까. 그 관점은 어쩌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 모릅니다.”

“오케이, 부머”와 “눈송이”

‘오케이, 부머’ 현상은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시작됐다. 한 백발의 남성이 “밀레니얼·Z세대는 피터팬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성장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에 수많은 10대들은 “오케이, 부머”라고 반응했다. 이후 ‘오케이, 부머’는 밀레니얼·Z세대를 대변하는 ‘밈’(meme)이 됐다. ‘오케이, 부머’를 프린트한 티셔츠, 휴대폰 케이스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오케이, 부머’ 관련 유머 콘텐츠도 연일 쏟아졌다.

기성세대는 젊은세대가 예민하고 약하다며 ‘눈송이(snowflakes)’라 비판한다. 미국에선 세대 논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수석부회장인 머나 블리스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케이, 밀레니얼. 하지만 진짜 돈을 가진 건 우리야”라고 말하면서 반격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세대간의 전쟁이다. 두 세대의 우호적인 관계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직장에서 ‘오케이, 부머’라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사용했을 때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 연방 법령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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