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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착한 투자’

입력 2019.11.28 20:58

수정 2019.11.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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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그룹은 긍정적 사회와 환경적 가치 창출이라는 사명을 사업적 기초로 하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RS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RS그룹은 긍정적 사회와 환경적 가치 창출이라는 사명을 사업적 기초로 하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RS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시민경제는 시민으로서의 덕목이 경제생활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개념이며, 실은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오랜 기간 그래왔다. 노동이라는 경제활동을 하러 나서는 사람이 자신의 사회적 얼굴과 가치관을 집에 두고 출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현주의 굿 비즈니스, 굿 머니]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착한 투자’

그럼에도 투자의 영역에서 돈을 불리는 것과 사회적으로 좋은 것이 양립할 수 없다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자산 운용이 하나의 산업으로 고도화되면서부터다. 이 산업 안에서 자산을 가진 사람과 실제로 그 자산을 투자처로 배치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기업 열 곳을 나란히 세워놓고, 각 기업이 어떤 물건을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팔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직접 자신의 돈 1000만원을 나누어 투자하도록 한다면, 이때 사람들이 내릴 선택은 그 1000만원을 맡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선택과 제법 다를 것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전문적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펀드매니저는 주어진 운용기한 내 수익률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받아, 자연인으로서의 가치 판단을 뒤에 놓기를 요구받는다. 자신의 돈을 스스로 투자하는 개인은 자신의 경제적 필요와 사회적 가치관을 모두 종합하여 최적화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무지의 결과가 아니라 더 많은 앎의 결과다. 지금의 투자 시장이 자연스러운 시민경제의 모델과 전혀 다르게 작동하듯이 보이는 이유는 자산의 소유주가 자산의 분배에 대한 선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고, 투자가 일으키는 사회적 효과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자산운용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자산은 말 그대로 ‘국민들’로부터 오지만, 국민 개인은 자신의 자산이 어떤 투자활동을 거쳐 어떤 사회경제적 효과를 일으키는지 알지 못하며, 그 결정에 참여할 방법 역시 없다.

이런 괴리가 최소화된 채로 자산이 운용되는 곳을 꼽자면 바로 패밀리오피스다. 부호들이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구를 패밀리오피스라고 부르는데, 패밀리오피스익스체인지(Family Office Exchange)에 따르면, 1억달러(약 1200억원) 정도의 자산이 별도의 패밀리오피스를 차릴 법한 최저선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1만여 패밀리오피스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패밀리오피스는 ‘불특정한 다수’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의 소유주인 부호 개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개인이 가진 투자의 목표, 가치와 필요를 맞춤화하여 반영해 자산을 운용한다. 자연인으로서의 한 사람, 한 가족이 가진 통합된 욕구에 따라 부가 운용될 때 어떤 모습일지 힌트를 주는 실험실이기도 한 셈이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에 20여개국에서 온 130명가량이 모였다. 임팩트 투자사 디쓰리쥬빌리와 임팩트 자산 소유주들의 네트워크 토닉(Toniic)이 개최한 포럼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를 위해서였다.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은 이는 RS그룹이라는 홍콩의 패밀리오피스 설립자이자 회장인 애니 첸이었다. RS그룹은 애니가 2007년 가족의 자산을 분할받은 후 2010년 설립한 패밀리오피스로, 자산 전체를 임팩트 투자의 원칙에 따라 운용하는 100% 임팩트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00% 임팩트 포트폴리오는 현금성 자산도 일반은행보다는 커뮤니티은행에, 채권은 그린본드에, 상장주식은 ESG펀드에, 프라이빗에쿼티(PE)는 임팩트 벤처캐피털 펀드에 맡기는 식으로, 모든 종류의 자산을 사회적 가치 기준에 맞추어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RS그룹이 이를 통해 거두는 총합적 수익률은 시장 벤치마크, 그러니까 리스크를 감안한 시장 평균 수익률 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애니는 처음 자산을 물려받았을 때는 자선사업과 기부에 초점을 맞추었다가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잠재력에 눈뜨면서 임팩트 투자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했다. 투자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니가 RS그룹을 세운 것은 2010년, 리먼 사태의 여파 뒤에 현재의 금융 패러다임에 근본적 이의가 제기되고 있던 시점이다. 애니는 “투자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자본을 가진 사람이 ‘투자가 초래하는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어떻게 하면 내 돈이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임팩트 100% 포트폴리오였던 셈이다. 임팩트 투자를 묘사하는 흔한 말 중 하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임팩트 투자는 두 마리 다른 토끼를 잡는 일이 아니라 한 마리 커다란 호랑이를 잡는 일이다.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로 자산이 밀레니얼 세대의 상속자로 이전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나 나 나 (me me me)’ 세대로 불릴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시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정체성을 이루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직업의 선택과 소비생활만이 아니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민경제의 귀환이다. 이런 통합된 인간으로서의 투자가 돈을 포기하는 일일까. 가치를 포기하지 않길 원하는 투자자가 많아진다면, 가치를 선물하는 자산의 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가치에 부합하는 물건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면, 그런 물건을 만드는 기업은 흥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장의 가장 기본원리다. 그리고 그런 자산가와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음은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방향은 명확하다. 인식이 현실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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