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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탐사기자 피살→유력 재벌 연루→총리 사임’…몰타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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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탐사기자 피살→유력 재벌 연루→총리 사임’…몰타에서 무슨 일이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TV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년 1월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발레타|AP연합뉴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TV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년 1월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발레타|AP연합뉴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45)가 내년 1월 사임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권력층 부정부패를 덮기 위한 무스카트 정부의 노력은 실패했고, 결국 총리 사임으로 이어졌다. 탐사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가 피살된 지 2년 만이다.

무스카트 총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저녁 TV 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년 1월12일 자신의 후임이 결정되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고 AF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피살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살사건과 직접적인 연루 의혹은 부인했다.

2017년 10월16일 갈리치아(당시 53세)는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몰타선데이타임스, 몰타인디펜던트 등에 정기적인 칼럼을 써오던 갈리치아는 블로그에 현 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그는 앞서 2016년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 파나마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이는 2017년 조기 총선으로 이어졌다.

갈리치아 피살사건은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수사는 미진했다. 그러다 지난달 20일 새벽 몰타의 재벌인 요겐 페네치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것을 계기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페네치는 전력·카지노 등의 사업을 일궈 몰타 최대 거부로 꼽힌다. 그는 경찰에서 무스카트 총리의 최측근인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과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을 배후조종자로 지목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나란히 사퇴했다. 수사 선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도 업무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몰타 반정부 시위대가 2017년 피살된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이들은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의 즉각적인 사임과 함께 ‘갈리치아 기자 피살사건’에 대한 엄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발레타|로이터연합뉴스

몰타 반정부 시위대가 2017년 피살된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이들은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의 즉각적인 사임과 함께 ‘갈리치아 기자 피살사건’에 대한 엄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발레타|로이터연합뉴스

무스카트 총리의 사임 발표는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지 2주 만에 나왔다. 야당인 국민당 지도자인 아드리안 델리아는 트위터에 “오래전에 사임했어야 한다. 그가 총리실에 하루 더 있을수록 정의 실현이 하루만큼 늦어진다. 총리는 적법성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갈리치아 기자의 부모도 “다프네가 옳았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무스카트를 “정의의 장애물”이라며 비판했다.

유럽의회 대표단은 2일 오후 몰타에 도착한다. 네덜란드 출신 소피 인트 벨트 의원이 이끄는 유럽의회 대표단은 4일까지 몰타에 체류하며 정권 고위급의 부패 의혹을 들여다보고 사법부의 독립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인트 벨트 의원은 트위터에 “몰타는 유럽의 일부”라며 “따라서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의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인구 49만명으로 유럽연합 중 가장 작은 나라인 몰타는 이번 사건으로 ‘마피아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3년 39세에 총리에 오르며 ‘젊은 지도자’로 몰타를 이끌던 무스카트는 2017년 조기 총선에서도 승리해 부패 스캔들을 피해가나 싶었으나, 결국 7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무스타트는 물러나는 자리에서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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