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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기 교수 “최명길은 ‘선택적 원칙론자’…비난 무릅쓰고 병자호란 때 나라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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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기 교수 “최명길은 ‘선택적 원칙론자’…비난 무릅쓰고 병자호란 때 나라를 구했다”

‘최명길 평전’ 출간

“당시 유연한 판단 재평가받아야”

명분·실리 맞선 현재에도 시사점

7년 만의 신작 <최명길 평전>을 펴낸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보리 제공

7년 만의 신작 <최명길 평전>을 펴낸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보리 제공

“나라를 팔아먹은 자, 진회(금나라와 화친한 남송 정치가)보다 더한 간신, 매국노….” 병자호란 때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1586~1647)은 남한산성 문을 열어젖히면서 나라를 구했지만, 그 때문에 척화파 김상헌과 비교돼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57)는 최근 펴낸 <최명길 평전>에 다음과 같이 썼다. “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곧바로 귀향한 것은 지조 높은 행동이었지만, 그 또한 최명길이 열었던 문을 통해 나갔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명기 교수는 “관점에 따라 인물 평가에 차이가 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과제가 무엇이었냐를 놓고 보면 최명길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작 <역사평설 병자호란>에서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깊이 있게 풀어낸 한 교수는 7년 만의 신작에선 최명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김상헌은 ‘원칙주의자’, 최명길은 ‘선택적 원칙론자’라고 평가한다. 명분만 내세우는 척화파들 속에서 비난을 무릅쓰고 해야 할 일을 한 덕택에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살렸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이 청에 망했다면 오늘날 한반도는 티베트나 위구르, 내몽골처럼 중국의 한 성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커요. 평범한 필부는 명분과 의리에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게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위정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유연한 판단과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냉철한 판단을 한 것이죠.”

한 교수는 16세기 후반~17세기 초중반 살았던 최명길을 오늘 다시 불러낸 이유로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그와 맞물려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동북아에서 강대국끼리 ‘힘의 교체’ 조짐이 벌어질 때마다 ‘끼어 있는’ 한반도는 싸움의 희생물이 돼왔다”는 것이다. 수백년 전 이야기지만,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지금의 얘기처럼 읽힌다. “지금 한국은 반에서 10등 정도는 하는 학생은 됐지만, 주변 국가들은 1·2·3등을 하는 나라들입니다. 내부에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도 될까말까인 상황입니다. 비판하고 파괴하는 것은 쉽지만, 새롭게 짓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 어렵습니다. 최명길은 전쟁이 끝나고도 포로와 ‘환향녀’ 송환에도 애를 썼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던 사람인 것이죠.”

명분과 실리가 맞서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한국에선 플래카드 붙일 때도 ‘결사반대’를 외치잖아요. 극단으로 말을 치고 가서 퇴로를 차단하는 거죠. 국가의 외교로 확대하면 문제가 더욱 큽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원칙과 실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따져봐야 하겠죠.”

최명길에게서 오늘날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배울 덕목이 있을까. “관료들은 철저한 상황파악과 현실에 대한 직시를 해야죠. 최명길은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맞춰 대안을 제시한 사람입니다. 반대는 누구나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에서 대안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지금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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