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청년 나이

송현숙 논설위원

지금이야 흔히 쓰는 말이지만, ‘청년’은 1910년대 조선에서 ‘힙한’ 단어였다. 1903년 서울에 ‘황성기독청년회’라는 이름으로 YMCA가 탄생한 이후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후에 한국기독교청년회로 명칭이 바뀐 YMCA 운동의 산증인인 고 전택부 전 서울 YMCA 명예총무는 “당시 한국에는 소년이나 장년이란 말은 있었으나 청년이란 말은 없었다. 월남 이상재 선생도 새 개념인 청년이란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MCA가 ‘청년’을 발견하고 발전시키자 마치 기름에 불붙듯이 사회에 큰 물의가 일어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학비평용어사전>은 ‘소년’이 1900년대의 어휘였다면 1910년 이후의 유행어는 ‘청년’이었다고 평한다. 1920년에서 1921년 새에만 1300개 이상의 청년회가 생겨났다고 한다. 윤봉길은 의거 이틀 전 ‘피끓는 청년제군들은 아는가’로 시작하는 ‘조선청년에게 고함’이란 격문을 남기기도 했다. ‘청년’은 새로움과 민족을 일깨우는 용어로 유행했다.

현대에 와선 청년은 젊음과 도전의 이미지로 구축됐다. 연령 구분은 없었다.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 후 청년 취업난, 빈곤 문제 등이 부각되고 나서야 정책 대상자로서의 연령기준이 필요해졌다. 관련 법규상 아동(0~8세), 청소년(9~24세), 노인(65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으나, 청년은 그때그때 기준을 정했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15~29세),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39세 이하) 등이다. 국회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엔 19~34세다.

5일 전북도의회에서 조례를 고쳐 현재 18~39세인 청년의 범위를 44세까지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청년층이 전북을 떠나면서 각종 청년 정책사업의 수혜자를 확대해 유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전북 청년은 46만명에서 58만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몇 년 전 유엔은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연령구분 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18~65세는 모두 청년이다. 0~17세는 미성년자,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청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긴 하겠지만, 그 배경과 남겨진 숙제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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