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비원의 일기
정지돈 지음
현대문학 | 140쪽 | 1만1200원
‘대숙청 2018. 01. 27 04:42 … 송 주임의 칼날에 조장급 경비원 대부분이 날아갔다. 2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일이다. … 비현실적인 것을 원하면 나중에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스물다섯 청년이고, 서울역을 나서면 보이는 크고 높은 서울스퀘어 건물에서 일한다. 직업은 야간 경비원이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2018년 한겨울부터 초봄까지의 이야기를 블로그 형식으로 담아낸 실험적 소설이다. 실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조합하는 글쓰기 방식을 즐겨 쓰는 작가 정지돈의 스타일이 묻어나지만 시니컬한 발랄함이 더해졌다.
송 주임은 같은 건물 벤츠코리아의 여직원과 사귀는 사이다. 관계가 소원해지자 그녀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러 새벽에 사무실 잠입을 감행한다. 망을 보던 ‘나’는 술에 취해 잠시 들른 직원과 마주친다. 놀람도 잠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네… 로비에서…” “아니 거기 말고…” 못 알아본다. ‘나’는 생각한다. ‘경비원은 투명인간이다. 사람들은 유니폼 위로 텅 빈 허공만 존재한다는 듯,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동료 조지훈에겐 계획이 있다.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파사드, 주로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그곳에서 ‘여기서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경비원들이 모든 빌딩을 점거했으며 다국적 기업과 건물주의 소유에서 건축을 해방시킬 것이다’ 등의 메시지를 송출하는 것이다. 영화처럼 메인컨트롤러를 장악해서. 그의 계획은 성공했을까.
‘야간 경비원의 일기 14 : 나는 여기에 없다. 2018. 2. 21. 05:10 … 늘 그렇듯 현실은 예상을 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