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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실패 알면서도 전쟁" WP가 폭로한 '아프간 전쟁 보고서'

2018년7월7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데흐발라 지역에서 작전 수행 중인 미군이 무장 차량의 창문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데흐발라|AFP연합뉴스

2018년7월7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데흐발라 지역에서 작전 수행 중인 미군이 무장 차량의 창문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데흐발라|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밋빛 발표를 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전은 2001년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의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그해 10월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다. 미국이 당초 목표였던 알카에다를 몰아내고 탈레반을 축출한 뒤에도 전략과 목표가 불분명한 전쟁을 18년째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3년 간의 법정 싸움 끝에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의 기밀 문서를 입수해 이날 공개했다. SIGAR은 2014년 아프간전을 진단하기 위해 ‘교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개된 문건은 ‘교훈’의 결과물로, 아프간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장군, 외교관, 구호단체 활동가, 아프간 당국자 등 428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 2000쪽 분량의 문건이다.

문건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들은 아프간전에서 사실상 실패를 인지하고 있었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아프간전 고문 역할을 한 더글러스 루트는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결여돼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미 의회·국방부·국부무의 관료주의 탓에 미군 2300명이 희생됐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2001년 이후 77만5000명의 미군이 아프간에 배치됐다. 이중 2300명이 사망했고, 2만589명이 부상을 입었다.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실패 알면서도 전쟁" WP가 폭로한 '아프간 전쟁 보고서'

인터뷰에 참여한 미 관리들은 미국이 아프간을 현대 국가로 개조하려고 엄청난 돈을 낭비했다고 인정했다. 미 정부가 아프간전에 들인 전쟁 비용은 공표되지 않았다. 다만 브라운대의 정치학 교수이자 ‘전쟁 비용 계산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 네타 크로퍼드에 따르면 2001년부터 미국은 9340억달러~9780억달러(약 1167조원)를 전쟁 관련 비용으로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부 특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에거스는 “1조달러를 들여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 1조달러의 가치가 있었나”라고 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이후, 우리가 아프간에서 얼마를 썼는지를 생각하면 오사마는 무덤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미국 특수부대 공격으로 사망했지만, 탈레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미 고위 관료들은 아프간에서 미국의 무엇을 전략과 목표로 삼고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프간에 민주정부를 세우려는 것인지, 여성인권 향상과 같은 문화를 바꾸려는 것인지, 중동 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관료들마다 전쟁의 목표가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WP는 “이 문서 내용은 그동안 미 대통령, 군 지휘부, 외교관들이 아프간전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전챙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발표했던 여러 성명들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데이터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고쳐졌다”면서 미국이 아프간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처럼 설문조사가 왜곡된 방식으로 동원됐다고 했다. SIGAR의 존 습코 감사관은 “이 문서는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속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WP에 말했다.

지난 6월6일 아프가니스탄 와르다크주 네르크 지역에서 복무 중인 미군 병사들이 산허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네르크|AFP연합뉴스

지난 6월6일 아프가니스탄 와르다크주 네르크 지역에서 복무 중인 미군 병사들이 산허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네르크|AFP연합뉴스

SIGAR은 해당 문건을 공개하면서 366명의 인터뷰 대상자를 익명 처리했지만 WP는 독자적으로 대사, 장군, 백악관 관계자 등 33명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 문건이 1971년 공개된 ‘펜타곤 페이퍼’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펜타곤 페이퍼’는 미국이 베트남전의 구실로 내세운 통킹만 사건을 미국이 조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 <베트남전쟁>의 감독 켄 번스는 트위터에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운율)은 반복된다’는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프간 문건과 펜타곤 문건은 확실히 운율이 맞는다”고 했다. 미 좌파매체 더네이션의 발행인 카트리나 밴들 후벌은 트위터에 “전쟁은 거짓말을 낳는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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