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산유국 ‘스포츠 메카’ 공들이는 까닭

김향미 기자

UAE·카타르·사우디 투자

큰 대회 개최하며 산업다각화

우민화 정책 도구로 삼으며

인권 탄압국 이미지도 희석

우즈 등 선수들 불참 선언도

복싱 선수 앤서니 조슈아가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외곽 디리야 경기장에서 열린 프로권투 세계 헤비급 통합 챔피언 타이틀전에서 앤디 루이스 주니어를 꺾고 타이틀을 거머쥔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사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가 조슈아와 루이스 주니어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리야드 |  AP연합뉴스

복싱 선수 앤서니 조슈아가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외곽 디리야 경기장에서 열린 프로권투 세계 헤비급 통합 챔피언 타이틀전에서 앤디 루이스 주니어를 꺾고 타이틀을 거머쥔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사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가 조슈아와 루이스 주니어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리야드 | AP연합뉴스

걸프국가들이 최근 국제 스포츠 행사들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스포츠 메카’의 꿈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 다각화 차원에서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스포츠팬들을 유인해 관광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우민화 정책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우려와 함께 인권탄압국의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UAE 아부다비는 지난 9일 세계트래블어워드에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 여행지’로 꼽혔다. 2017·2018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스페셜올림픽, UFC242 등을 개최했다. 아랍에미리트통신(WAM)은 “아부다비가 글로벌 스포츠 수도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도 UAE 못지않다. 내년 1월 스페인 슈퍼컵을 비롯해 포뮬러E 자동차 경주대회,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한다. 사우디는 스페인 슈퍼컵 3년을 유치했는데, 계약금만 연간 3500만~4000만유로다. 내년 2월 경마대회 ‘사우디컵’을 열면서 역대 최고 상금인 2000만달러를 내걸었다. 2022년 FIFA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는 관련 인프라 조성을 위해 2000억달러를 투자했다. 11일 카타르에선 올해 FIFA 클럽월드컵이 개막했다.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이런 움직임은 개방적인 사회정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7일 사우디에선 현존하는 헤비급 최고 복싱 선수로 꼽히는 앤서니 조슈아와 앤디 루이스 주니어의 대결이 있었다. 이날 경기에는 여성 관객 입장도 허용됐다. 8일엔 사우디가 공공장소의 남녀 분리 출입구 규정을 폐지했는데, 외국인들 눈높이에 맞춰 개혁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걸프국들이 스포츠를 ‘우민화’ 정책의 도구로 삼고, 자국의 정치·인권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카타르는 월드컵 관련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보고돼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연구자인 애덤 쿠글은 CNN에 “걸프국가들이 주요한 스포츠 행사들을 개최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높이고 있지만, 불행히도 이 많은 스포츠 행사 뒤로 반체제 인사 탄압, 외국인 이주노동자·여성 인권유린과 같은 문제는 그대로”라고 했다.

걸프국가들의 스포츠 행사 개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선수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특히 ‘카슈끄지 사건’ 이후 사우디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세계 골프 랭킹 2위인 로리 맥길로이는 “도덕적인 이유”로 내년 1월 사우디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도 이 대회 초청을 거절했다. 지난 7일 경기에 앞서 사우디 인권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복싱 선수 조슈아는 “사우디가 정치적으로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가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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