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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성·청년들은 인터넷으로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사진|pxhere.com

사진|pxhere.com

중앙 아프리카 차드의 서른 다섯 여성 아이차 아둠은 자신의 진로 앞에 놓인 장벽을 깨드린 주인공이다. 여성이 통신회사에서 기술을 다룬다는 이유로 가족과 동료들의 멸시를 참아가며 일했고, 지금은 레인도스란 이름의 통신회사 창업자가 됐다. 1600만 인구 중 6.5%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후진국’에서, 더욱이 여성의 12%만 중등교육을 받는 가난하고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룬 성과다. 아둠은 ‘젊은 여성들의 미래’와 같다.

로이터 통신은 아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차드에서 여성이 테크놀로지 영역에 뛰어들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아둠은 로이터 통신에 “기술은 우리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어린 소녀들을 (기술 영역에) 더 민감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서 열린 ‘디지털 엘르’ 행사에 모인 젊은 여성 리더들도 낙관적이었다.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인 사피아 유수프는 “인터넷 혁명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아와다라는 여성은 세네갈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돌아와 임신한 여성들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그는 차드의 다른 여성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차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곳곳에서 여성과 청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다. 르완다의 여성 엔지니어 레아 유이호레이는 지방의 많은 가정에서 고품질의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지만 소수의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판매처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여겨보다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는 지난달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마련한 발표 자리에서 “수공예품은 여성들의 주요 소득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술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넷 기술을 통해 수익을 내면서도 이웃들을 위한 사업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남성 사업가인 바순 엥겔브레흐트 역시 농촌과 무허가 업체들에게 온라인 판매처를 열어주는 상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

아프리카 인터넷 사용 인구는 2000년 451만명에서 올해 6월 기준 5억명을 넘어섰다. 유선 인터넷망과 같은 인프라 없이도, 모바일 인터넷 체제로 넘어가며 ‘퀀텀 점프’(비약적 성장)를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르완다의 통신기업 마라그룹은 지난 10월 수도 키갈리에 최초로 ‘르완다산 휴대폰’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웠다. 아프리카 대륙에 저렴한 휴대폰을 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를 두고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에 쓴 기고에 “터닝 포인트”라고 했다. 마윈은 “2017년부터 케냐, 르완다를 돌면서 젊은 사업가들의 사연과 꿈을 들었을 때 20년 전 알리바바를 시작했을 때의 나를 떠올렸다”면서 “아프리카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야말로 장점”이라고 했다. 케냐, 나이지리아, 세네갈, 남아공 등은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벤처 캐피탈 기업들이 나이지리아 핀테크 기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 8일 보도했다.

다만 아프리카에서 ‘모두를 위한 인터넷’은 아직 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아프리카에선 남성들의 인터넷 보급률은 33.8%, 여성은 22.6%다. 민주콩고공화국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보내 말렝가(27)는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이용량이 급격히 늘었는데 비싼 데이터 요금 때문에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었다고 BBC에 말했다. 에릭 카싱가는 수년 전 네덜란드에 있는 한 대학원 과정에 지원하려고 카페에서 인터넷을 이용했으나 속도가 너무 느린 까닭에 지원을 하지도 못하고 카페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민주콩고에선 인터넷 접속 비용이 평균 소득의 26%에 달한다.

저개발국의 인터넷 접근을 지원하는 국제 단체 A4AI는 누구에게나 1GB 용량의 모바일 데이터 구매 비용이 월수입의 2%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민주콩고,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라이베리아 등에선 이 비율이 20%가 넘는다. 인터넷 사용권은 사치에 가깝다. 기초 인프라 부족도 문제지만 통신회사들의 과도한 요금 책정, 이를 제재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 등으로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A4AI의 활동가인 오니카 마크왁은 “교육받을 권리가 기본권인 것처럼, 앞으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것 또한 기본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왁은 2015년 남아공에서 만난 한 아이를 기억했다. 당시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생긴 무료 와이파이존에 오기 위해 6km를 걸어오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판잣집에 살지만, 인터넷에선 더 이상 판잣집에 사는 아이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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