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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왜 차별·혐오 논란이 반복될까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프로축구 리그 세리아A 본부 건물에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밀라노|AP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프로축구 리그 세리아A 본부 건물에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밀라노|AP연합뉴스

#1. 11월5일 이탈리아의 한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한 선수의 어머니가 상대팀의 아이에게 인종차별적인 비방을 가해 논란이 되자 구단들은 다음 경기에서 두 팀 선수 모두 얼굴에 검은색(블랙 페이스)을 칠하고 경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2. 12월3일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로마냐에 있는 미슐랭 추천 식당의 유명 세프인 지안루카 고리니는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찢어진 눈’을 묘사하며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사과하고 사진을 내렸다.

#3. 12월5일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데 델로 스포르트는 1면에 로멜루 루카쿠와 크리스 스몰링의 사진을 싣고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라는 제목을 뽑았다.

#4. 12월16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는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을 펼친다며 밀라노에 있는 본부 건물에 원숭이를 묘사한 그림 3점을 걸었다.

이탈리아 축구계를 중심으로 차별과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왜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는 걸까.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는 인종차별 논란이 잦은 편이다. 지난달 초 엘라스 베로나 FC와 브레시아 칼초 간 경기에서 브레시아의 흑인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를 향해 베로나 팬들이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낸 구호를 외쳤다. 지난 9월 이탈리아 TV의 축구 해설가 루치아노 파시라니는 인터밀란의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에 대해 “그를 멈추는 방법은 바나나 10개를 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유소년 축구클럽의 ‘블랙 페이스’나 ‘원숭이 포스터’는 사실 인종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로 제안한 이벤트들이라는 점에서 논쟁을 불러왔다. 축구 전문 매체인 ‘the18’의 기자인 트래비스 요스트는 “블랙 페이스 자체가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인종차별과 싸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블랙 페이스를 강요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세리에A의 의뢰로 ‘인종차별 포스터’를 그린 이탈리아 예술가 시모네 푸가초토는 “인간을 원숭이에 비유했을 뿐”이라고 했다. “원래 우리는 모두 원숭이이고 그래서 서양 원숭이, 아시아 원숭이, 검은 원숭이를 그렸다”고 했다. 축구경기 인종차별 철폐운동 단체인 유럽 축구 인종차별 반대(FARE)는 소셜미디어에 “매주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나라에서 세리에A는 역겨운 농담 같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푸가초토의 해명이 진실이라고 해도 경악할 만한 판단 착오”라고 했다.

루이지 데 시에르보 세리아A 회장은 “시모네의 그림에는 페어플레이와 관용 정신이 온전하게 반영됐으므로 우리는 본부에 그 그림을 계속 걸어둘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17일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결국 사과했다고 현지 언론 라레푸블리카 등이 보도했다.

푸가초토가 이 포스터를 제작한 건 지난 5월이었다. 이때 이탈리아 언론을 통해 일부 보도가 됐기 때문에 최근의 반응에 당황해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7일 전했다. BBC는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 문제는 흔하지만, 소셜미디어나 외신을 통해 알려지지 않으면 당사자들이 문제를 인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비평가는 “이탈리아 축구클럽들은 외국 언론들이 비판을 한 뒤에야 마술처럼 자신들도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영국 러프버러대 인문지리학 부교수인 마르코 안톤시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선탠이 잘 됐다”고 말한 사례를 떠올려 보면 알겠지만 이탈리아 사회에선 인종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으면 왜 문제가 되는지 충분한 이해가 없다”고 했다. 그는 “파시즘 이후 인종 문제는 금기가 됐고 이 문제를 다룰 만한 기관도 없다. 오늘날까지도 이탈리아인이란 백인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다”면서 “이탈리아 정치가 이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4일(현시지간) 수도 로마에서 열린 정어리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마|AP연합뉴스

이탈리아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4일(현시지간) 수도 로마에서 열린 정어리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마|AP연합뉴스

혐오의 물살을 거슬러 광장으로 나온 이탈리아 정어리떼

오랜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 이주·이민자들에 대한 증오 심리 등에 업고 대중으로 극우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테오 살비니 등 극우 정치인들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시민들은 ‘정어리떼’ 시위를 통해 극우주의에 반대하고 있다. 풀뿌리 운동인 정어리떼 시위는 지난 14일 수도 로마에서 약 10만명이 모이는 등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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