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마이스터

송현숙 논설위원

독일어 ‘마이스터(meister)’는 경지에 이른 최고 전문가, 최고의 스승 등을 뜻한다. 라틴어 ‘magister(선생님)’가 어원으로, 영어의 ‘마스터(master)’, 이탈리아와 스페인어의 ‘마에스트로(maestro)’ 등이 모두 한 뿌리에서 나왔다. 인기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막강한 권위의 지휘자가 ‘강마에(마에스트로)’라는 별칭으로 불렸고, 영화 <쿵푸팬더>에서는 주인공이 대적들을 격퇴한 후 ‘마스터’라 불리는 장면이 나온다. 마이스터나 마스터, 마에스트로 등은 승용차나 신용카드, 신사복 등의 브랜드에도 장중한 이미지로 종종 이용된다. 독일축구 분데스리가의 우승 트로피 이름(마이스터 샬레)에도 마이스터가 들어간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직업훈련 체제이기도 하다. 중세 길드에서부터 이어진 마이스터 제도는 1960년대에 현대적인 틀이 잡힌 후 실무능력과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를 키워내며 독일 경제를 이끄는 힘으로 평가받는다. 견습공-도제-마이스터로 이어지는 탄탄한 훈련과정 끝에 탄생한 마이스터들은 저마다 최고의 전문가집단이라는 자부심과 사회적인 존경을 받으며 사업체를 운영하고 다음 세대 전문가들을 양성한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약 200개의 마이스터 자격이 있다고 한다.

국내에선 이명박 정부가 마이스터고를 설립했다. 2008년 기술명장 육성을 목표로 ‘마이스터고’ 설립을 추진해 2010년 첫 신입생을 맞으며 학교 체제 안으로 들어왔다. 교육부가 22일 ‘마이스터 대학(가칭)’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마이스터’라는 이름이 호명됐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전문대에서 전환한 마이스터 대학교에서 학사는 물론 전문기술석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내년 정책연구를 거쳐 2021년 권역별로 1∼2개 대학이 시범 운영된다고 한다.

‘마이스터’라는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특성화고가 ‘마이스터고’로, 전문대학이 ‘마이스터 대학’으로 간판만 바꿔 단다고 달라질 건 없다. 전문성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사회가 대접하는지는 대체로 평판과 임금이 말해줄 것이다. ‘마이스터’의 자부심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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