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내년도 암울”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을 두고, 북한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뒤섞인 메시지를 보냈고,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내밀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러시아를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고, ‘화염과 분노’ 언급으로 북한 정권을 뒤흔들었으며,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정상회담’으로 문제 해결의 기회를 만든 점은 공로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대화 과정에서의 잘못을 사안별로 열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부터 2가지 실수를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확히 규정짓지 않았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일방적 비핵화로 해석했으나, 북한은 핵 억지력 포기 전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실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끝낸다고 한 것이다. 미국은 규모는 줄었으나, 일정 수준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배신’으로 느꼈다.
대화 과정에서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북한은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대화 자체가 충분한 보상이라고 믿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격화시킨 것은 대북 압박에 필수적인 중국의 협조를 구할 수 없는 한계를 초래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개선했고, 많은 숫자의 중국인이 북한 관광을 가는 등 중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
‘최대 실수’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오찬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회담을 조기 종료시켜 김 위원장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것이다. 이 전략은 부동산 협상에선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존심 강하고 변덕스러운 독재자를 상대하는 데엔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후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경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2020년 전망도 밝지 못하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은 트럼프 대통령을 ‘종이호랑이’로 비치게 했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효과가 예전만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다툼은 대북 제재를 예전 수위로 복원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사이 북한은 무기 실험과 공격적인 벼랑 끝 전술로 복귀하는 길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