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대화의지 확인으로 관계 개선 첫걸음 ‘주목’
갈등 핵심 ‘강제징용’ 여전히 간극…접점 찾기 과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두 | 연합뉴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식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사상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는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 정상은 24일 아베 총리가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에서 약 45분간 회담을 하고 양국 간 갈등 현안에 대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갈등의 핵심 요소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현재의 양국관계가 조기에 수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고 한국이 이에 반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시키는 등 양국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이후 처음 열린 정상회담이다. 이날 회담이 그동안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 공개발언에서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인적교류에서도 중요한 동반자”라며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중요한 일·한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논의된 주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현재 한·일 갈등의 근본원인이며, 이로 인해 초래된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 간 만남이 자주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문희상 해법’에 대해서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지난 20일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을 평가하면서 조속히 모든 수출규제 조치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조치가 자유무역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양국 간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재개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수출당국 간 지속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해제되어야 한·일 GSOMIA 완전 연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제징용 문제 해결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수출규제 조치를 완전히 푸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일본은 수출규제가 통상적인 수출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조치”라며 “강제징용 문제에 접점을 찾아야 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성과보다 악화 일변도로 치닫던 양국관계가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은 앞으로 각급에서 대화를 유지하면서 상황 악화를 막고 점진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징용 배상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수개월 내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