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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뿌리’ 재확인…문 대통령 “징용 판결 관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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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뿌리’ 재확인…문 대통령 “징용 판결 관여 못해”

입력 2019.12.25 21:20

수정 2019.12.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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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현안과 전망

‘이전 상황’으로 회복 요구에 “한국 측 책임으로 해결책을”

일본, 규제 완전 해제 않고 조금씩 완화 ‘살라미 전술’ 가능성

정부, ‘문희상 안’ 피해자 반발 등 여론 악화에 양보 쉽지 않아

청두 ‘두보초당’ 거닐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한·중·일 협력 20주년 행사가 열린 중국 청두의 두보초당에 입장하고 있다.  청두 | 연합뉴스

청두 ‘두보초당’ 거닐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한·중·일 협력 20주년 행사가 열린 중국 청두의 두보초당에 입장하고 있다. 청두 | 연합뉴스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15개월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현재 한·일 양국이 겪고 있는 사상 최악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을 재확인시켰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유예 등 민감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면 결국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인 수출규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수출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측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한·일 GSOMIA의 완전한 연장을 위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없었던 ‘7월1일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서 만족할 만한 해법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일 GSOMIA, 수출규제 조치, 강제징용 판결 문제 등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강제징용 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나머지 사안이 진전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노력에 일본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는 아베 총리의 말은 한국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정부 간에는 이미 정리된 사안인데 한국 대법원 판결로 ‘국제법 위반’ 상황이 벌어졌으니 일본 기업에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배상이든 위로금이든 한국 정부와 기업이 먼저 해결하고, 일본 기업들이 참여할지 말지는 ‘완전한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이처럼 한·일 간의 입장과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렵다. 이 문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수출규제를 풀기 위한 한·일 당국 간 대화도 겉돌 수밖에 없다. 한·일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7월1일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대신 조금씩 규제를 완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쓰면서 한국에 강제징용 해법 제시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를 일본과 합의하려면 정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기존 입장에서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문희상 법안’이 거센 내부 반발에 직면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이 문제에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을 국내 여론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해자들이 앞으로 2~3개월 내에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과 현금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도 정부에는 커다란 압박 요인이다. 일본은 현금화가 실행되면 대화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총선 직전인 3월쯤 현금화 조치가 실행되기 시작하면 한·일 갈등이 또 한번 모든 국내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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