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갑질·노조 탄압 논란 일자 직장폐쇄한 뒤 채용공고
감독 책임 평창군·건보공단은 “노사 문제 개입 불가” 뒷전
사측의 갑질과 상사의 횡포 등을 이유로 월정사 노인요양원 소속 요양보호사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요양원 측은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근무 복귀마저 거부하고 있다. 요양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건강보험공단과 평창군은 “노사문제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 중이다.
31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월정사분회에 따르면 파업 중인 요양보호사들은 지난 23일 “파업을 철회하고 근무에 복귀하겠다”고 사측에 얘기했지만 거부당했다. 사측은 “입소할 노인이 없어 요양보호사도 필요 없다”며 요양보호사들의 복귀를 허용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장기요양기관 관리페이지를 통해 파악한 (노인) 입소대기자 수만 32명(12월24일 기준)”이라며 “일손이 필요 없다면서 ‘벼룩시장’이나 ‘워크넷’(고용노동부 일자리 정보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이 사측과의 협상 진전도, 근무 복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월정사 사태는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다. 월정사 사태는 11월25일 요양보호사들이 파업을 선언하면서 알려졌다. 파업에 나선 요양보호사들은 휴무일과 휴게시간에 제대로 쉴 수 없어 맡은 업무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휴무일에 ‘자원봉사’라는 명목으로 종교행사에 동원되고, 매일 정식 근무시간 30분 전에 예불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빈번했다고도 주장했다. 2019년부터는 사측이 주·야간 상관없이 일손이 부족한 시간에 아무 때나 근무를 배치하는 ‘일근제’를 운영하면서 일부 요양보호사들의 근무패턴이 뒤죽박죽되고 급여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측은 업무 복귀를 불허한 데 다른 뜻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월정사 요양원은 “요양보호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110여명의 노인 중 50여명이 퇴소했기 때문에 당장 요양보호사들이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며 “파업과 별개로 정부에서 요양급여 지원을 받으려면 요양보호사 채용 노력을 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띄운 것이지, 실제 채용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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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 우려에도 요양원 내 업무환경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와 건강보험공단은 “권한이 없어 개입하지 못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관할 지자체는 장기요양기관의 지정, 노인학대 등 불법행위 단속, 부실·비리 운영 등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평창군 관계자는 “노동문제는 ‘노사관계’라서 군청에서 개입할 수 없다”며 “의료시설·소방시설 등 시설과 관련된 부분만 군청에서 감독할 수 있는데, 며칠 전 요양원에 나가서 살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요양급여 부당 청구 건처럼 비위행위로 신고가 들어오거나 해야 현장 조사를 나갈 수 있다”며 기본적인 관리·감독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밝혔다.
2008년 설립된 월정사 요양원이 건보공단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평가를 받은 건 2015년이 마지막이다. 2018년에 다시 평가를 받았어야 하지만, 요양원 측이 2017년 8월에 폐업 후 신설기관으로 등록하면서 평가에서 제외됐다. 현행법 내에서는 요양원이 폐업과 신설을 반복하면서 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요양원 운영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