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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 하루]들꽃과 마주하면 생기는 일

입력 2020.01.02 20:37

수정 2020.01.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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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에서 긴 시간 마주했던 이름 모를 들꽃. 2019. 몽골.  ⓒ임종진

몽골 초원에서 긴 시간 마주했던 이름 모를 들꽃. 2019. 몽골. ⓒ임종진

위로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이름 모를 들꽃을 마주할 때가 그렇다. 대부분 화려하지도 않은 색깔에 시선을 끌 만한 자태를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주하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다. 어떨 때는 아예 세월아 하고 시간을 보내는 날도 꽤 있다. 좋으니까 그렇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일 없이 진득하게 서 있는 그 순간이 참으로 기쁘다. 어지러운 일상도 내려놓고 입도 지그시 다문 채 그저 지금 그 순간을 즐긴다. 평화에 젖어드는 느낌이랄까. 내 성정이 평화로워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들꽃 자체의 기운으로 내가 평온을 얻기에 더욱 그러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존재로 당당히 서 있지 않은가. 눈에 띄지 않는 그 평범함이 오히려 진득한 아름다움으로 변해 유난히 내 눈에 든다. 세상 어디에도 하찮게 여길 사물이란 없다는 것을 이 작고 이름 없는 들꽃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서야 할 자리에 서서 온전하게 지켜가는 삶이길 소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들꽃으로 인해 느낀 이 위로와 평화의 기운을 나는 누구에게 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이 참 빠르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곧 세월이라더니 그야말로 실감이 난다. 기해년(己亥年) 365일의 ‘오늘하루’를 다 채우고 어느새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의 문이 열리는 지금, 새해 인사를 겸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9년 1월 첫 주에 이 지면을 통해 ‘임종진의 오늘하루’를 시작하면서 끝을 길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1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모두 채우고 마치게 되었다. 지면을 허락해준 경향신문과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듬뿍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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