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임종진의 오늘 하루]들꽃과 마주하면 생기는 일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임종진의 오늘 하루]들꽃과 마주하면 생기는 일

몽골 초원에서 긴 시간 마주했던 이름 모를 들꽃. 2019. 몽골.  ⓒ임종진

몽골 초원에서 긴 시간 마주했던 이름 모를 들꽃. 2019. 몽골. ⓒ임종진

위로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이름 모를 들꽃을 마주할 때가 그렇다. 대부분 화려하지도 않은 색깔에 시선을 끌 만한 자태를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주하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다. 어떨 때는 아예 세월아 하고 시간을 보내는 날도 꽤 있다. 좋으니까 그렇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일 없이 진득하게 서 있는 그 순간이 참으로 기쁘다. 어지러운 일상도 내려놓고 입도 지그시 다문 채 그저 지금 그 순간을 즐긴다. 평화에 젖어드는 느낌이랄까. 내 성정이 평화로워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들꽃 자체의 기운으로 내가 평온을 얻기에 더욱 그러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존재로 당당히 서 있지 않은가. 눈에 띄지 않는 그 평범함이 오히려 진득한 아름다움으로 변해 유난히 내 눈에 든다. 세상 어디에도 하찮게 여길 사물이란 없다는 것을 이 작고 이름 없는 들꽃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서야 할 자리에 서서 온전하게 지켜가는 삶이길 소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들꽃으로 인해 느낀 이 위로와 평화의 기운을 나는 누구에게 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이 참 빠르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곧 세월이라더니 그야말로 실감이 난다. 기해년(己亥年) 365일의 ‘오늘하루’를 다 채우고 어느새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의 문이 열리는 지금, 새해 인사를 겸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9년 1월 첫 주에 이 지면을 통해 ‘임종진의 오늘하루’를 시작하면서 끝을 길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1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모두 채우고 마치게 되었다. 지면을 허락해준 경향신문과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듬뿍 받으십시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