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37명 기소·13명 약식기소
한국당 의원들 500만원 이상 벌금 확정 땐 의원직 상실
민주당 폭행·상해 혐의…추 장관 취임날 ‘의도’ 의심도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나병훈 공보담당관이 ‘패스트트랙 충돌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 등 24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을 기소하면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가 마무리됐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는 이날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당직자 등 총 3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3명을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와 한국당 의원 23명은 국회법 제165조·166조 1항을 위반했다는 국회회의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폭력행위로 국회 회의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다. 선거법상 국회회의방해 혐의로 벌금 500만원 이상 혐의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5년 동안 잃는다. 총선에서 당선돼도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 다만 검찰은 단체행동을 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을 때 처벌이 가중되는 166조 2항은 적용하지 않았다.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대신, 공동폭행·공동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 혐의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검찰은 사전 예고 없이 이날 낮 급하게 기소 브리핑 계획을 알렸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62)이 임명된 날 갑작스러운 발표를 두고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말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발표 시기에 관한 질문을 두고 “수사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며 “지난해 12월까지 수사를 마치고 싶었지만 지키지 못했다. 수사를 하다 보면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수사 발표를 이날로 정해놓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4월 총선이 있어 수사가 늦어지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충돌을 둘러싼 고소·고발 사건 전체를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이관했다가 9월 수사지휘로 송치받았다. 경찰이 확보한 여야 충돌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자료도 넘어왔다. 검찰은 3차례에 걸쳐 국회를 압수수색했다. 영화 1100편 분량의 증거 영상을 분석했다. 검찰이 수사한 인원은 여야 의원, 보좌관, 당직자를 포함해 모두 140명이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에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은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의원 109명 중 98명에게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 30명과 정의당 의원 3명 등 33명만이 출석했다.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은 뒤에도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은 조사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고, 정점식 의원과 엄용수 전 의원만 출석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관영 의원이 뒤늦게 검찰 조사에 응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10월 출석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의원 대부분 소환조사를 거치지 않고 수사를 끝낸 것을 두고 검찰 관계자는 “방대한 영상과 물증이 있어서 체계적 분석을 통해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