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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씨의 ‘마지막 주문’을 배달하기 위해 거리에 선 사람들

입력 2020.01.08 20:45

수정 2020.01.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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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씨는 경마장에서 말을 타는 기수였다. 2019년 11월29일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의 선물을 받았다. 문중원씨는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택배로 장난감 화장대세트와 레고를 주문했고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하늘에서도 가족을 위해 달렸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문했던 손과 세상에 대한 마지막 주문을 글로 남겼던 손. 행복과 절망의 양손 사이 어딘가 그가 살고 싶었던 삶이 있었을 것이다. 그 손을 잡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하다.

[직설]문중원씨의 ‘마지막 주문’을 배달하기 위해 거리에 선 사람들

유서에는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어 복사본을 남긴다고 적혀 있었다. 마사회는 경마라는 합법적인 도박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우선 판 위에 말을 깐다. 마리당 수억원 하는 말을 소유한 마주가 마사회에 등록하고 말이 우승을 하면 상금을 갖는다. 마주는 말의 주인일 뿐 경마 전문가는 아니다. 감독 격인 조교사에게 말을 맡기고 상금을 나눠 갖는 위탁계약을 맺는다. 마사회는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게 면허를 교부하고 말을 키우고 관리할 수 있는 마방을 임대해준다. 조교사는 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달릴 수 있도록 말 관리사를 고용하고 말을 타고 달리는 기수와 계약을 맺는다. 마필관리사는 최저임금 노동자, 말을 타는 기수는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다. 마사회는 조교사 선정, 마방 임대, 기수 면허 갱신의 권한을 가진다. 간단히 말하면 마사회는 마주의 말을 빌려와서 조교사와 기수와 마필관리사에게 맡기고 알아서 도박판을 돌리라고 한다. 중개만 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이 복잡한 구조는 배달플랫폼과 닮아 있다.

배달플랫폼이 음성적 배달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명분으로 탄생한 것처럼 마사회도 1992년 터진 경마 승부조작 사건을 해결한다는 취지로 위와 같은 ‘개인마주제’를 탄생시켰다. 마사회로 내려온 낙하산의 전횡 때문에 생긴 문제를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넘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마주제는 마사회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기수는 승부조작을 지시하는 조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출전하지 못하고, 상금을 타지 못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아픈 말을 타라고 하거나, 다루기가 힘들어 낙마할 가능성이 높은 말에 태우기도 했다. 실제로 낙마사고로 사망한 기수들도 있다. 마필관리사들은 말에게 차여 무릎에 철심을 박거나 뇌진탕, 골절 등의 부상에 시달렸다. 2019년에만 60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고 세상을 등진 7명이 이들 기수와 마필관리사다. 사장에게 밉보인 배달 라이더들이 한 번에 묶어 갈 수 있는 배달건수를 제한받거나, 고장 나기 직전의 오토바이를 배정받고 오로지 건당 성과에 따라 돈을 받는 배달산업과 닮아 있다. 배달하다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소식들은 매일같이 들린다. 마사회의 연매출은 8조원, 배달산업은 20조원이다. 우리는 죽음의 판에 돈을 걸고 있다. 문중원씨는 이 죽음의 질주를 멈추고 싶어 노조에 가입하고, 2015년 조교사가 됐지만 마사회는 마방을 임대해주지 않았다. 마사회 직원들은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어야 마방이 빨리 배정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서에 이렇게 적었다.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정직한 그에게 허락된 삶의 공간은 없었다.

우리가 문중원씨에게 마방을 임대해줄 수는 없지만 또 다른 문중원씨가 살아갈 방을 만들 수는 있으리라 믿는다. 최근 라이더유니온은 따뜻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을 위해 ‘라이더유니온 캠페인. 늦어도 괜찮아요 안전하게 와주세요’라는 메모를 남겨달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문중원씨가 세상에 보낸 마지막 주문을 배달하기 위해 거리에 선 사람들도 있다. 그의 가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다. 문중원씨의 부인 오은주씨가 우리에게 부탁하는 메모는 다음과 같다. “하늘에서 제일 반짝이는 별이 될 사랑하는 제 남편 문중원 기수를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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