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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관들의 ‘다른’ 눈물을 보고 싶다

입력 2020.01.12 20:45

수정 2020.01.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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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현수막이 나부끼는 걸 보니 선거의 계절이 온 것 같다. 그러나 여성 공천 문제는 매번 4년을 주기로 ‘불행 회로’ 속에 갇힌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20년 전 도입된 여성 할당제 얘기가 나온다. 레퍼토리도 한결같다. 역차별, 특혜…. 선거제 개정 이후 여성 할당제 반대론자들의 무기인 당선 가능성마저 강조된다. 다당제 출현으로 후보자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전직 미국 대통령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여성들이 2년만 통치해도 엄청난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 시대에 227년 전 여성 참정권을 외치다 처형된 올랭프 드 구주를 떠올릴 줄이야. 왕정은 프랑스 혁명 정신이 여성을 소외시켰다며 “여성은 교수대에 오를 권리도, 연단에 오를 권리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구주를 단두대 위에 세웠다. 차별과 반동의 단두대에서 내려오지 못한 여성 정치, 그 시작은 또다시 공천이다.

[아침을 열며]여성 장관들의 ‘다른’ 눈물을 보고 싶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까지 7명의 영입인사를 발표했다. 지도부는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과연 성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남성은 ‘가능성만 있어도 된다’. 그러나 여성은 ‘스스로 성공을 입증해야 한다’는 잣대가 적용된 차별 공천에 가깝다. 7명 중 여성은 단 2명이다. 더 큰 불공정은 영입 기준이다. 이해찬 대표는 ‘노선’ ‘진정성 있는 삶’을 제시했다. 그러나 똑같이 삶의 진정성을 본다 해도 성별 구분에선 기준이 달라졌다. 최혜영 교수는 장애를, 홍정민 변호사는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성공한 여성임을 강조했다. 남성인 원종건·오영환씨 경우는 화제·감동 스토리에 주목했다. 남성들에겐 ‘성공 가능성만 있어도 투자하겠다’면서도 여성들에겐 ‘스스로 성공한 뒤 정치권에 오라’고 하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 이는 청년 공천의 성별 비대칭과도 직결된다. 청년층 영입으로 틀을 맞춰도 남성은 2030대, 여성은 40대 이상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여성은 사회적 성취를 이룬 뒤 정치하라는, 정당은 그 전까진 아무 지원도 안 하겠다는 무임승차 의식 아닌가.

이 무렵, 여성장관 3인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성 의원들에겐 악몽 같았던 19대 총선이 생각났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15% 여성후보 의무추천제’를 확정했다. 남성 정치인 40여명은 ‘여성 의무할당 이중특혜 반대를 위한 출마자 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할당제를 반대했다. 그 결과 전체 지역구 여성 후보자는 6.98%로, 18대 총선 16.5%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여성 예비후보들은 별도의 경쟁력 조사를 거쳐 출마 자격을 입증해야 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어린 여성’이라는 냉소를 뚫고 경기 일산동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BBK 재판이라는 고통을 딛고 일산서구에서 승리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서울 구로을)은 시베리아 총선으로 통했던 18대 때 마지막 지역구 공천자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서울 광진갑)은 15대 총선 때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영입했음에도 1차 조직책에서 탈락했다. 야당 강세 지역에 여성을 내보내면 의석을 잃는다, 여성이 여성 안 뽑는다는 것이 공심위 논리였다. 추 장관은 천신만고 끝에 공심위 2차 논의에서 조직책으로 선발됐다. 의정활동이라고 편했을까. 지도부 위치에 올랐어도 남성 중심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심초사했고, ‘여성에게 허용된 성공 기준을 벗어난 여성은 여성이 응징하라’는 남성들의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전술에 번번이 치였을 것이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거역’이라는 전근대적 권력 용어를 쓴 것도 달갑진 않지만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여성 장관들의 눈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젠 ‘다른’ 눈물을 보고 싶다. 여성 정치인 상당수가 할당제에 힘입어 비례대표가 됐고, 그간 과소대표됐던 여성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당 내 실질적 성평등은 요원하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여성 정치를 성찰할 때다. <요즘 시대에 페미도 아니면 뭐해> 저자인 노혜경 시인은 “페미니즘은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다시 보는 일이다. 그 때문에 페미니즘은 변혁운동이고 정치운동”이라고 역설했다. 여성 공천이 생물학적 여성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님을, 모든 차별을 거부하는 여성 정치 대표성을 획득하는 것임을 앞장서 말해주길 바란다. 추 장관의 25년 전 회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괜찮은 선거구는 남성이 나가야 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논리, 결코 수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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