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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와라

입력 2020.01.12 20:50

수정 2020.01.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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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방학 시기다. 방학식 전 일선 초·중·고교의 행정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중에서도 방학 중 급식 대상자 신청을 받아 방학 중에도 결식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방학 중 급식 신청 문자 메시지는 방학이 오고 있다는 알람이기도 하다. ‘급식 지원 대상’이란 말도 이제 방학에만 해당한다.

[지금, 여기]밥 먹고 와라

서울시가 2019년 1학기 고3 학생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해 2021년 고등학교 1~2학년까지 적용 대상을 늘려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들도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대부분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이제 학기 중에는 아예 급식 지원 대상자를 신청하고 선정하는 과정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방학 중 급식 지원 대상자에 대한 안내도 끼니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대상자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가정에 긴급한 사정이 발생하면 신청·지원이 가능하고 학교에서는 안내만 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어떤 학생들이 지원을 받는지 알지 못한다. 프라이버시는 이제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가정 형편의 문제와 상관없이 방학 중에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니다. 혹자는 방학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하는데 워킹맘 입장에서는 한갓진 소리일 뿐이다.

혹자는 식판 밥에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자라면 입맛이 획일화되고 음식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뭘 모르는 소리다. 학교에서는 김치가 적어도 일주일에 다섯 종류가 나오고, 국도 다섯 종류다. 나도 방학 때만 되면 즉석밥과 라면 등을 잔뜩 쟁여놓는다. 종종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일을 하러 가기도 한다. “어제 햄버거 먹었으니까 오늘은 돈가스 사 먹을래?” 그래서 방학을 ‘세 끼 지옥’이라고도 부른다. 워킹맘뿐만 아니라 시간 맞춰 끼니를 챙겨주는 전업 주부들에게도 방학 중 끼니는 힘든 일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은 엄마들이 ‘맘충’의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사회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방학이 끝나면 엄마들도 끼니 해방을 이룬다. 적어도 학교에 가면 점심밥은 먹고 온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놓이는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국의 초·중·고교생은 613만6793명이다. 저출산 시대에 점점 감소 추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650만명의 학생들이 있다’라고 말의 시작을 열곤 했지만 이제는 ‘613만여명’이라 말해야 한다. 그중 고교생들은 141만1027명으로 2018년 대비 8.3% 줄어 감소폭이 가장 크다.

이제 무상급식은 정치적 논란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한때는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며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쟁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들은 시대를 읽지 못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19년까지도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았던 대구도 여론의 압박과 시민들의 요구로 2020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구를 끝으로 전국적으로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까지도 무상급식이 전면 이루어지게 됐다. 2017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수업료와 급식비를 내지 않는 시대가 눈앞에 있는 셈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수능이 끝난 고3들이 무상급식에 볼모로 잡혀 집에 가지도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학부모인 내 입장에서는 학교에 가면 따뜻한 밥은 준다는 것, 그 밥이 그래도 친환경 식재료를 지향하고 철저한 위생에 기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을 놓는다. 학교에서 일찍 나와 저희끼리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때우거나 찬장에 쟁여둔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지옥이 될 것 같은데 밥이라도 먹여 보내주니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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