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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 원주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입력 2020.01.16 15:00

수정 2020.01.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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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모고 지역에서 새해 전야 발생한 산불로 파괴된 집터|모고|EPA연합뉴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모고 지역에서 새해 전야 발생한 산불로 파괴된 집터|모고|EPA연합뉴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남부 해안을 따라 원주민 유인족이 모여 살고 있다. 최근 산불은 굴라가 국립공원부터 멈불라 산까지, 원주민들의 터전도 비껴가지 않았다. 새해 전날 이 일대 산불이 번지면서 원주민들은 대피소로 피해야만 했다. 유인족인 워렌 포스터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15일(현지시간) “우리 역사에도 최악의 산불”이라고 말했다. 원주민들은 유적지 수백곳이 산불로 파괴됐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워렌은 “수천년 동안 보존해온 문화유적이 사라지면, 결코 되찾을 수 없다”면서 “얼마나 많은 유적지가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이 사라졌는지 피해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NSW주 해안 관광지로 유명한 베이트먼스 베이 남쪽의 모고의 작은 공동체도 화마에 휩쓸렸다. 지역 원주민토지위원회의 사무실이 불에 탔는데, 이곳은 원주민들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공동체를 돌보는 일을 한다. 원주민토지위원회는 “산불의 영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 문화유산의 손실로 이어진다”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위원회가 지역 생태계 보존을 위한 활동에 쓰던 장비들이 이번 산불로 다 망가졌다.

NSW 주정부는 원주민 유산과 유적지 피해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으며 긴급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호주의 산불 위기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토지 관리법을 정부의 산불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문화적 소각’(cultural fire)으로 불리는 원주민 전통은 덤불과 같은 가연성 물질을 사전에 제거해 대형 화재를 방지하는 것이다. 원주민조합의 올리버 코스텔로는 ABC방송에 “문화적 소각은 불을 피울 시기는 물론, 초목과 토양의 유형, 수분 정도를 파악해 불의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땅과 야생 동식물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외곽 다킨중 지역 원주민토지위원회의 켈빈 존슨도 7NEWS에 “우리 터전에 살고 있는 야생생물의 70% 가량 잃었을 것”이라면서 “원주민들의 ‘문화적 소각’을 적용하면 토지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 출신의 멜버른대 교수인 알렉시스 라이트 교수도 15일 뉴욕타임스 기고에 “원주민은 고대의 땅 관리인들이다. 미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그들의 지식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식생과 토지 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이 소각 방식을 제대로 구현할 인력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휩쓸고 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버종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에  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버종|AFP연합뉴스

산불이 휩쓸고 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버종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에 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버종|AFP연합뉴스

1788년 영국인들이 호주 땅을 밟아 식민지로 만든 후 원주민들은 ‘개간’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땅이 불태워지고, 야생동물들이 멸종되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관습은 대부분 ‘문명화’란 이름으로 지워졌다. 호주 원주민 출신의 가디언 기자인 로레나 알람은 지난 5일 칼럼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추억이 있는 곳, 성스러운 곳들이 불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특별한 슬픔이다”라면서 “우리 조상들이 느꼈고, 우리 어른 세대가 느꼈던 것이다. 우리는 대대로 땅에 대한 학대와 방관, 그리고 석탄에 사로잡힌 기후변화 부인론자들에 의해 (우리의 터전이) 어떻게 재로 바뀌는지 느끼고 있다”고 썼다. 그는 ‘문화적 소각’을 언급하며 “원주민들의 지혜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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