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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확산시키는 ‘따옴표 저널리즘’

입력 2020.02.09 20:47

수정 2020.02.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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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통한 뉴스 유통 및 소비 시대로 접어든 이후 일부 언론들은 본연의 공론장 기능은 방기한 채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이용자들의 주목경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적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정 논쟁 사안을 두고 “가 vs 나”로 제시하는 틀을 갖추고, 양측의 입장을 모두 전달하는 형식적인 객관주의를 피난처 삼아, 자극적인 문구의 제목과 선정적 기사 내용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보도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은 특히 우리 사회의 인권 보호 및 다양성 증진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미디어 세상]혐오 표현 확산시키는 ‘따옴표 저널리즘’

숙명여대에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여성 ㄱ씨 관련 보도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몇몇 언론들은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고, 보편적 인권의 문제를 찬반을 둘러싼 세력 다툼의 문제로 프레이밍했다. “중성화”나 “내시”와 같은 비하 표현을 마치 가치있는 의견인 양 취급하고, 찬반 진영을 나눠 세력의 크기를 비교하는 전쟁의 은유를 남발했다. 심층적인 취재는 등한시하면서 자극적인 현실의 발화들을 실시간 중계하는 역할에 그쳤던 것이다.

언론들은 자신들의 보도 행태가 우리 사회 혐오 확산의 매개체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자각해야만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포털서비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고, 포털 메인 화면이나 뉴스 제목만 읽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주목 경쟁은 내용 자체의 충실성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밈(meme)을 활용하고 자극적 표현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주목경쟁에 언론사가 권위를 부여하고 기사화하면서, 혐오 표현이 여과장치 없이 ‘공론’의 하나로 온라인상에 다시 퍼지게 되고, 결국 사회적 혐오가 결집하고 세력화되는 양상으로 발전한다.

언론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당면한 의제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의견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론장에서 어떤 의견이 경쟁하고 있는가를 다루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것이 타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의 언어가 그대로 나열되고 확산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론장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다양성의 의미는 단지 양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포괄한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누락되거나 환영받기 어려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적 역량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 다양성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안과 같이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과 교육권에 관련된 의제인 경우 언론이 추구해야 하는 다양성은 여러 의견을 여과 없이 매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어야 했다. 한 개인의 존재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의 수를 헤아려 세력화해주는 것이 과연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었을까? 그리 길지도 않은 기간 동안 제기된 배제와 차별의 주장은 개인에 대한 명백한 공격의 형태를 보였다. 해당 개인의 삶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하에 쏟아져나온 공격적 언사들이 언론 보도의 외피를 쓰고 공론장에 등장함으로써, 개인이 접하는 혐오의 표면적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이번 사안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 몇몇 언론사는 폭력적 언어를 부각하지 않고 대신 지지의 목소리를 주로 담론화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등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과제를 조명했다. 이처럼 인권 문제를 다루는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의제의 설정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다양성의 의미가 충분히 재고될 수 있는 사회적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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