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코로나’에 출렁이는 주가, 실적 장부 보면 방어력 충분](https://img.khan.co.kr/news/2020/02/09/l_2020021001000866100077901.jpg)
설 연휴 전만 해도 증시가 긴 잠을 깨고 힘차게 비상하는 모양새였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가 드디어 6만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도 10만원을 뚫었다. 대기업들이 2019년 잠정 실적을 하나씩 발표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현대자동차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2018년보다 매출액이 9% 증가한 106조원, 영업이익은 약 3조7000억원으로 52% 늘어났다. 실적 발표와 동시에 현대차 주가는 8% 이상 급등하며 화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매출액이 31% 늘어난 7016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65% 증가해서 917억원을 기록했고 주가도 7%나 상승했다.
그러나 설 연휴를 맞아 유행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단 4일 동안 코스피지수는 127포인트 넘게 빠지며 5.7%나 하락했다. 특히 화장품, 면세점, 의류, 카지노 등 중국 소비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주가 낙폭이 컸다.
누구나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주식시장은 이를 즉시 반영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과거의 비슷한 상황을 찾아서 그때는 어땠는지 확인해본다면 불안감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약 2달간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만 총 186명이 감염되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3개월간 코스피는 무려 14.5%나 하락했다.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메르스 종료를 선언하기 2달 전인 8월부터 주식시장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고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기업의 실적은 어땠을까. 2014년과 2015년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던 12월 결산법인 중 제조업, 서비스기업의 수는 총 1615개였다. 이들 기업의 2015년 매출액 총액은 2014년과 비교해서 증감이 거의 없었다. 단, 57%에 해당하는 914개 기업은 2014년보다 매출액이 15% 증가했다. 54%에 해당하는 869개 기업의 영업이익도 2014년보다 증가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2014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메르스로 인해 2015년 몇 달간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단기적인 주가하락은 있었지만 펀더멘털이 튼튼한 기업들은 결국 외형 증대와 기업가치 증가 모두를 달성했다.
물론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와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비와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에서 발생했고 여러 나라로 퍼지고 있어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중국 내 희생자도 많고 공장도 여럿 폐쇄됐다. 우리는 매년 이런 정치, 경제, 국제적으로 다양한 위기를 겪어왔지만 늘 슬기롭게 이겨냈다. 기업 실적도 기복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꾸준히 늘었고 주가도 우상향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된 2011년부터 가장 최근 결산기인 2018년까지 8년간 상장이 유지된 12월 결산법인 중 제조업과 서비스기업 1427개를 조사해보면 매출액 총액은 1641조원에서 2100조원으로 연평균 4% 성장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의 8년간 시가총액도 931조원에서 1149조원으로 연평균 3%씩 커왔다.
이 중 924개 기업은 8년간 매출액이 꾸준히 우상향해서 연평균 6% 늘었고, 주가 또한 4%씩 성장했다. 매년 여러 악재가 발생하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기업 성적과 주가에 영향을 끼쳤지만 결국 버텨냈고 모두 훌륭하게 자랐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은 체계적으로 발전했고 시민의식은 더욱 성숙됐다. 힘든 시기가 또 찾아왔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