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참사로 드러난 태국 군부의 탐욕

김향미 기자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1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총기참사 현장인 ‘터미널 21’ 쇼핑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나콘라차시마|EPA연합뉴스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1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총기참사 현장인 ‘터미널 21’ 쇼핑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나콘라차시마|EPA연합뉴스

태국에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쇼핑몰 총기참사’를 계기로 군 장교들의 ‘뒷돈 챙기기’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총기참사 후 태국군의 고위 장교들이 부대 안팎에서 해온 부당한 ‘사적 거래’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250㎞ 떨어진 나콘라차시마에서 선임 부사관 짜끄라판 톰마(32)는 ‘부동산 분쟁’을 벌이던 지휘관과 지휘관 장모 등에 총을 쏜 뒤 ‘터미널 21 코라트 몰’로 이동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29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을 입었다. 짜끄라판은 9일 오전까지 쇼핑몰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군경에 사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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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끄라판은 범행 전 페이스북에 “그들은 돈을 지옥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짜끄라판은 지휘관의 장모의 중개로 부동산 매매를 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지휘관 일가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주택을 지어 팔면서, 군 대출제도를 이용해 돈을 빌리는 것을 주선했다고 한다. 짜끄라판은 이 과정에서 1만3000달러(약 1540만원) 상당의 사기를 당했다고 동료 군인들이 전했다. 그의 범행 동기가 지휘관 장모와의 사적 거래로 알려진 후 같은 부대에서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 이들이 20명이나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 일부 고위 장교들이 사적 거래로 부하들을 착취하는 일들이 많았고, 총기참사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2006년과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는 견제 세력이 없는 막강한 권력 집단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태국 나레수안 대학 정치 전문가인 폴 체임버스 교수는 “태국의 시골 지역에서는 군 고위 장교들이 부동산 거래에 개입하는 건 매우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장교가 군의 힘을 이용해 쉽게 벌 수 있는 돈으로 빈약한 군 급여를 보충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탐마삿 대학 강사인 아누손 우노는 “군은 폐쇄된 왕국과 같다”며 “높은 계급을 가진 이들이 이 폐쇄된 시스템에서 거래에 이점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국군 실세인 아피랏 콩솜퐁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고위 장교들이 부적절한 사적인 거래로 이득을 취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아피랏 육군참모총장은 재무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군이 운영하는 사업과 복지 시스템의 건전한 운영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군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권투 경기장, 군 휴양센터 등이 재무부의 첫 감독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설 운영 또한 민간 부문에서 온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피랏 참모총장은 “(총기참사로) 군에 대한 비판을 알고 있다. 군의 책임은 통감하지만, 군은 신성한 조직이 때문에 전체 군을 향한 비난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방콕포스트는 12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참사에서 나타난 의심스러운 사적 거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군이 스스로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군 예산도 외부로부터 독립적인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피랏 참모총장이 군 개혁 계획을 내놨지만 총기참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면 군의 개혁 다짐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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