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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와 NHK

입력 2020.02.17 20:36

수정 2020.02.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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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일본은 대륙에 인접한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징 외에도 왕실제도, 차량 좌측통행 등 닮은 것들이 꽤 많다. 1926년 창립된 NHK와, 4년 앞서 개국했다가 1927년 왕실특허를 받고 공영기업이 된 BBC도 운영구조가 흡사하다. BBC와 NHK는 오랜 기간 공영방송의 대표 격이었지만, 최근에는 둘 다 형편이 썩 좋지 못하다.

영국 정부가 지난 5일 BBC 수입의 근간인 수신료 제도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수신료 미납을 형사처벌하는 현행 제도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조사로, 자칫 수신료 폐지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이번 조사가 보리스 존슨이 이끄는 보수당 정권과 BBC 간의 마찰에서 비롯된 정치보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의 BBC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높다. 왕실, 군대, 의료보험제도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존재로 친다. 신뢰의 근간은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영국 정부의 문건이 이라크 위협을 과장하는 쪽으로 윤색됐다는 보도로 BBC는 토니 블레어 정부와 전면전을 치러야 했다. 이때도 영국인들은 법관 허튼 경이 이끈 진상조사단이 정권을 편드는 내용으로 작성한 최종보고서 대신 BBC를 더 신뢰했다. 그레그 다이크 전 BBC 사장은 “집권당은 언제든 자신들 노선을 지지해 주도록 압력을 넣었지만 이를 거부해온 게 BBC의 역사”라고 했다. BBC가 이번 위기도 어떻게든 극복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근거다.

반면, NHK의 위기는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 초기부터 NHK수뇌부를 장악한 이후 눈에 띄게 퇴행하고 있다. NHK 회장이 취임 회견에서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걸 (NHK가) 왼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모미이 가쓰토 전 회장)고 할 정도다.

NHK는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의 말 한마디에 ‘수출규제’를 ‘수출관리’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 1월 취임한 마에다 데루노부 회장도 친아베 인맥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공영방송 NHK의 퇴행이 전혀 무관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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