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바닥에 새겨진 포토존. /강윤중 기자
광화문 광장을 걷다 무심히 지나쳤던 ‘포토스팟’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찍기 좋은 지점이라는 말인데 인물이 설 위치인지, 카메라를 든 이가 디딜 지점인지 심술같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서서 사진을 찍거나, 찍힌다면 정확히 머리 위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뿔처럼 뾰족하게 솟게 되어있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사진찍기에 그리 좋은 지점은 아닌 둣했습니다.
‘포토 스팟’ 뒤로 이순신 동상이 보인다. /강윤중 기자
이런 ‘스팟’이 또 있을까 싶어 광장 바닥을 조금 더 뒤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한 미국대사관 맞은 편 광장 바닥에 ‘서울 밤풍경’이라는 한글과 영어가 병기된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의 밤풍경을 볼만한 곳이라 말입니다. 깜깜한 밤에 광장 바닥이 가리키는 화살표 방향을 바라보고 서면, ‘서울 밤풍경’ 보다 ‘광화문 야경’을 잘 볼 수 있을 겁니다. 광화문 야경이 서울 밤풍경은 아닐 테지요.
바닥에 표시된 자리에서 바라보는 광화문. /강윤중 기자
왜 이런 걸 굳이 광장 바닥에 새겼을까 의아했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해 이 같은 친절한(?) 정보를 그려 넣는다는 건 애초에 누구의 발상이었을까요.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든지, 좋은 밤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누군가가 ‘바로 여기’ 하고 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싶습니다. 좋은 사진과 멋진 풍광은 바라보는 개개인의 경험과 감각에 달린 것이지요. 이런 바닥 정보의 친절을 ‘과잉’이라고 여기는 것은 생각의 과잉인가요?
바닥에는 서울밤풍경이라고 새겨져 있다. /강윤중 기자
누구나 익숙하게 사진을 찍고 즐기는 시대에 순진하게 추천된 ‘포토스팟’에서 사진 찍고, 풍광을 바라보고 하지는 않겠지요. 좀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