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2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연 하우디 모디’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휴스턴|로이터연합뉴스
‘10만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세계 강국 미국의 지도자를 가까운 친구로 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두 정상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1박 2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한다. 왜, 지금 인도일까. 17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인데다 무역합의 등 굵직한 외교 이슈가 없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찾는 것을 두고 인도계 미국 유권자들을 공약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도에선 트럼프 대통령 방문 전 대대적인 준비에 나서며 ‘과잉 환대’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방문을 통해 반정부 여론을 가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의 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 ‘사르다르 파텔 스타디움’을 찾는다. 이곳에서 열리는 ‘나마스테(‘안녕’이란 뜻의 힌디어) 트럼프’란 이름의 환영행사에는 1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선 시즌, 트럼프 대통령은 TV용 볼거리와 많은 지지자들, 동조하는 고위인사들을 필요로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인도에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은 특히 인도계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에서 등록 유권자인 인도계 미국인은 120만명이었고, 이중 80% 이상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에선 등록 유권자 규모가 14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등 인도계를 요직에 앉혔고, 2017년 모디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해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9월 방미 중이던 모디 총리가 텍사스 휴스턴에서 연 하우디(Howdy·‘안녕하세요’의 텍사스 사투리) 모디’ 행사에도 참석해 5만명의 인도계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인디아투데이는 “트럼프와 모디가 인도계 미국인들의 가치를 띄웠다”고 했다.
인도에서는 ‘과잉 환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아메다바드의 슬럼가를 가리기 위해 담을 쌓고,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 예정인 타지마할 인근 수질 개선을 위해 아그라를 지나는 야무나강에 대량의 물을 쏟아붓기도 했다. 아메다바드의 한 주민은 “정부는 쓸데없이 담을 쌓는데 예산을 쓸 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경제 부진, 시민권법 개정 반대 시위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모디 정부가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처럼 화려하게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타지마할 인근 아그라 도심에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방문을 환영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그라|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는 구자라트주는 모디 총리의 고향이다. 시내에는 ‘두 개의 강한 나라, 하나의 큰 우정’이라는 대형 광고판이 곳곳에 내걸렸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동해 자신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구자라트 모델’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전했다. 모디 총리는 2001년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인프라 조성, 토목공사, 규제 완화 등으로 이 지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이를 발판삼아 총리 자리에 올랐다.
인도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후한 편이다. 지난달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인도인 56%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포퓰리즘 수사법을 활용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메이드 인 인디아’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부동산 재벌의 아들, 가난한 차(茶) 판매상의 아들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파 민족주의자로서 닮은점이 있다”고 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 저작권, 무역 촉진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모았던 ‘미니 무역협정’ 체결은 미 대선 이후로 논의가 미뤄졌다. 미국·인도 정상 간 ‘밀월’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견제의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