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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사회

입력 2020.02.24 20:46

수정 2020.02.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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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해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으로 구설에 오르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스트레이트 암 클럽(straight arm club)에 가입하라”고 충고했다. 한쪽 팔을 뻗은 정도로 상대방과 거리를 두라는 의미다. 재일코리안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樹)의 소설 <GO>에서 왕년의 복서였던 아버지는 권투를 배우려는 아들을 걱정하며 말한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서 꼼짝 않고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만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주먹을 뻗어 그린 반지름 1m의 원이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안전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퍼스널 스페이스’인 셈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이 공간이 제대로 지켜지기는 쉽지 않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타인과의 신체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하철에서 ‘쩍벌남’이라도 만나게 되면 신체접촉도 그렇지만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당했다는 불쾌감이 든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퍼스널 스페이스가 중요해졌다. 바이러스 감염이 비말(飛沫), 즉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는 작은 물방울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외출을 줄이고 모임을 꺼린다.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악수 대신 주먹을 댄다.

상황이 한층 심각해지면서 아예 ‘비대면·비접촉’이 트렌드로 되어가고 있다. ‘언택트(untact) 사회’의 도래다. 언택트는 콘택트(접촉) 앞에 부정의 접두어(un)를 붙인 신조어다. 버스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불특정 다수의 손이 닿는 기물을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어느 아파트에선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으로 직접 누르지 않도록 이쑤시개와 비닐장갑을 비치했다고 한다. 한 유통업체는 모든 주문 물량에 대한 ‘비대면 언택트 배송’을 선언했다. 바이러스가 물러간다고 해도, 온라인 쇼핑, 무인점포, 신선식품 택배 배송 같은 언택트 마케팅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가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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