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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왜소’하게 만드는 자들

입력 2020.02.26 20:48

수정 2020.02.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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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내외에서 ‘문학’이 왜소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문단 내부에서 문학위기론은 종종 나오던 주제였지만 이 절박함이 일상까지 만연하게 퍼진 것은 몇 년 전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터질 무렵부터로 기억한다.

[직설]문학을 ‘왜소’하게 만드는 자들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내가 의아했던 지점이 있다. 앞서 일련의 고발들은 문학 내부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라는 요구였고, 관습으로 눙치고 넘겼던 수많은 범죄를 직시하자는 외침이었다. 그럼 그건 ‘왜소’해지는 것이 아니라 과잉되고 비대했던 허세를 걷어내고 본질을 살펴보는 작업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왜소’란 단어에 집착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두말할 것 없이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일 것이다. 왜소하다는 말에서 굳이 권력까지 끄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거창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호칭은 문단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우리 주변에 익숙하게 녹아 있다.

최근 문학이 ‘왜소’해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바로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다. 문학사상사가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수상자들에게 저작권을 3년 동안 양도받고, 향후에도 문학상 수상집에 포함된 작품은 개인 작품집을 낼 때 표제작으로 삼을 수 없다는 규정이 들어간 부당계약서를 제시했다. 이러한 계약서 내용에 반발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등의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고,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던 윤이형 작가는 절필을 선언했다. 다른 작가들도 연달아 보이콧 선언을 하며 문학사상사와의 모든 업무를 함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그러자 문학사상사는 사과문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그런 움직임을 마뜩지 않게 보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말한 ‘권력’이 녹아있는 방식의 목소리들인데 예컨대 문학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이렇게 문학상 수상집이라도 들어가 있으니 팔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다. 이상문학상이 걸어온 행보를 이야기하며 이러한 사태로 문학상이 없어져서는 안된다는 일침 역시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권력은 생계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권력이 없는 사람은 생을 위협받는다. 지속 가능한 삶에서 멀어지고,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곳으로 내던져진다. 이것은 생계를 빌미로 작가와 작품을 착취하고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논리다. 우수한 작품이 상을 받고 그것을 엮어서 수상집을 출간하는 과정은 출판배급권의 영역이다. 작품의 아이디어와 발상, 문장과 표현의 권리인 저작권이 이 과정에서 계류될 이유는 없다. 또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은 개인 작품집에서 표제작으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제한까지 감수할 이유도 없다. 그것은 시장이 자신의 출판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착취에 불과하다. 그런 착취만으로 굴러가는 문학상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영예로운 자리가 아니라 그저 상품 프로모션 한 줄을 추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문학은 문제를 고발하고 승리하는 기억을 쌓아왔다. 이번 사태 역시 문제를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거기에 수많은 목소리가 모이는 연대의 과정이었다. 이러한 연대는 참가자 개인의 성공과 영리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앞으로의 ‘문학’을 위해서 싸운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묻혀 있던 구조가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되고 비정상적인 관행으로 진행되어왔던 수많은 잘못들이 정상화될 것이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문학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니 문학이 ‘왜소’해지는 까닭을 젊은 작가들의 이기심이나, 또는 이때까지 잘 진행되어왔던 관행이나 문학의 권위를 만들고 의미를 만들었던 행사를 깨부순 탓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주목하자. 강단에서 이루어지던 범죄행위의 고발을 스승을 존경하지 못하는 몰염치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주목하자. 문학을 왜소하게 만드는 자들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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