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진다면

김향미 기자
서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국립대학병원 앞으로 2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세네갈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다카르 | AF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국립대학병원 앞으로 2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세네갈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다카르 | AFP연합뉴스

세네갈·튀니지·모로코에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고 아프리카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국가는 이집트·알제리·나이지리아를 포함해 6개국으로 늘었다.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큰 피해가 예상된다.

각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세네갈에선 프랑스에 갔다가 돌아온 프랑스인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튀니지와 모로코에선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온 자국민들이 감염됐다. 아프리카의 감염자는 이집트 2명, 알제리 5명, 나이지리아 1명 등 총 11명이다.

당초 아프리카 국가들이 발원지인 중국과 밀접하게 교류했기 때문에 중국을 통한 감염 우려가 제기됐으나, 현재까지는 프랑스·이탈리아등 유럽이 주요 감염 경로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지중해 건너편 유럽과 왕래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네갈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도 확산될까 우려된다. “코로나19가 어디서든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대부분들의 국가들이 바이러스를 검진할 능력이 부족하고, 환자들을 치료할 의료진과 시설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콩고민주공화국 등은 또 다른 전염병인 에볼라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건전문가 스티븐 모리슨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나 다름없다”며 “코로나19가 아주 빠르게 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연합(AU) 산하 아프리카질병예방통제센터(ACDC)가 공개한 코로나19 진단 역량. 녹색은 진단 능력을 갖춘 나라, 노란색은 갖추는 과정에 있는 나라들이다. ACDC

아프리카연합(AU) 산하 아프리카질병예방통제센터(ACDC)가 공개한 코로나19 진단 역량. 녹색은 진단 능력을 갖춘 나라, 노란색은 갖추는 과정에 있는 나라들이다. ACDC

WHO는 지난 1월30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면서 아프리카에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현재 아프리카 54개국 중 25개국이 코로나19 진단 키트나 테스트 실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 산하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응겐가송 박사는 CNN에 “이 지역에선 수많은 환자를 돌볼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조기 진단과 격리만이 방법”이라고 했다. 중국처럼 바이러스가 퍼진 후엔 손쓸 길이 없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공항 발열 검사와 항공기 운항 중단, 손씻기 예방 캠페인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미 ‘조용히’ 대륙에 퍼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WHO와 아프리카CDC 등이 중국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왔는데 실제론 유럽에서 전파돼왔다는 점에서, 확산 경로를 놓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아직 검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아프리카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는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에서도 2일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동의 확진자는 1500명을 넘어섰다. 유럽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연일 확산세다. 호주에서도 첫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됐다. 전 세계 확진자 수는 73개국에서 9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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