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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독설

입력 2020.03.04 20:36

수정 2020.03.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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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국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8년 2월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비행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다음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등 2박3일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갔다. 고전적인 헤어스타일에 수수한 옷차림의 ‘백두혈통’ 김여정은 방한기간 중 품격 있는 태도로 한국 사회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2018년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는 모습에 ‘신스틸러’ ‘열일하는 김여정’ 같은 수식이 붙기도 했다.

그런 김여정이 지난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전날 있은 북한군의 방사포 발사훈련이 자위적 차원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를 거친 어조로 비난했다. F-35A 전투기 등 첨단무기들을 잇따라 들여놓으면서 북한의 무기개발을 비판하는 남측 정부의 태도도 지적했다.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 군사훈련을 가타부타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극치이다”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전투기들이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

‘화해의 전령사’이던 김여정의 품격 잃은 대남 비판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등 감정을 여과없이 배출했다. 우리가 본 그 김여정이 맞나 싶을 정도다. 다만 그의 담화에는 조금 색다른 면도 있다. 거친 문구 앞에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이 말에 몹시 기분이 상하겠지만’ 같은 전제를 달았고,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수위조절에 신경 쓴 흔적도 보인다.

남북관계는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에 비유된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상대도 웃고, 내가 주먹을 들면 상대도 주먹을 든다.”(<70년의 대화>(김연철)> 지금의 남북관계는 거울 앞에서 주먹을 쥐고 서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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