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타이베이 다이지아 초등학교 교실에서 3일(현지시간)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 앉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타이베이|EPA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무서운 기세로 늘자 한시적으로 전국 모든 학교를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대학은 170만명, 그외 각급 학교에선 760만명의 학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이란, 미국, 프랑스 등 각국이 학교 문을 닫으면서 전 세계 어린이·청소년 2억9000만명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수많은 이들의 “배움의 시간”을 앗아간 것이다.
ANSA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주세페 콘테 총리 주재로 열린 내각회의에서 5일부터 15일까지 대학을 포함한 전국 모든 학교를 임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089명, 사망자는 107명으로 늘었다. 전국 20개주 중 19개주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지난달 말 롬바르디아·베네토·에밀리아로마냐 등 북부 3개주에 한해 내려진 학교 폐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휴교 기한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는 4일 기준 코로나19로 이탈리아, 일본, 이란 등 13개 국가가 전국 단위의 학교 휴교령을 내려 약 2억9000만명의 어린이·청소년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과 독일, 미국, 프랑스 등 9개국은 일부 지역 단위로 휴교령을 내렸다면서 9개 국가가 전국 단위로 휴교 조치를 확대하면 약 1억8000만명이 수업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학의 도서관에서 4일(현지시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밀라노|EPA연합뉴스
한국은 유네스코 집계와 달리 전국 유치원·초중고교의 개학이 23일로 연기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4월 봄학기 개학 전까지 전국 초중고 임시 휴교를 요청했으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 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학교 문을 열기로 했다. 프랑스에선 지난 3일 기준 코로나19가 확산세인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120여개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미국도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워싱턴주에서 일부 학교를 폐쇄했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보건 및 각종 위기 중에 임시 휴교 조치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현재 세계 교육의 중단 사태는 규모와 속도에서 전례가 없다”며 “장기화될 경우 교육의 권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콥 커키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뉴욕타임스에 “선진국들이 이처럼 장기간 학교 문을 닫은 사례는 현대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휴교 조치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에는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각국 교육 당국이 온라인 강의를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골 학생들은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산에 오르는가하면, 홍콩에선 웹캠 설치해놓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체육복을 입은 채로 교사의 팔굽혀 펴기를 따라하는 ‘온라인 체육 수업’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됐다.
코로나19 확산 국가들에선 대부분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축소되면서 학생들과 부모들은 인생의 한 장면을 놓쳤다. 일본 아키타현에 사는 모리타 사토코씨는 지난 1일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모리타씨는 “딸이 부모님 없는 졸업식에 참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어보더라”며 씁쓸해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교육 성과가 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학교의 사회적 기능’이 멈춘다는 점도 문제다. 유네스코는 “부모가 일터에 나가야만 하는 가정에선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등 방치될 가능성이 있고, 부모가 일하는 대신 자녀들을 돌볼 경우엔 가정 경제에 손실이 뒤따른다”고 했다. 홍콩에선 일부 부유층이 해외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 떠나면서 보육 도우미들이 직장을 잃었고, 일본에선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농가와 급식 납품업체가 피해를 입었다.
유네스코는 오는 10일 각국 교육장관 회의를 소집해 학습의 연속성 및 형평성, 돌봄 공백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공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