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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변화 고민하는 의제 발굴을

입력 2020.03.08 20:31

수정 2020.03.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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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재난 대응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후의제를 발굴하는 작업이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가 미처 마련하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기응변 방식의 대응이 아닌,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과 관련해 좀 더 장기적인 고민과 변화가 필요한 의제들이 존재한다.

[미디어 세상]코로나19 이후…변화 고민하는 의제 발굴을

사후의제 발굴은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이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방식이 단순히 부정적이고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데 그친다면 ‘재난 이후’의 변화를 논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코로나19 보도들이 그렇다.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통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속에서 언론사들이 주목경쟁을 위해 불안, 분노, 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유도하는 기사들을 양산하고, 클릭 수를 늘리는 데 골몰하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인종과 국적만으로 ‘특정 감염원’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언론 보도들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과장된 주장을 기본적인 취재도 없이 기사화하여 대중들에게 불안을 투사할 대상을 찾도록 만들기도 한다. 특히 배제와 혐오를 유도하는 보도 방식들이 가장 큰 문제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거나 환경에 대해 알리는 것은 어떤 경우 감염병에 취약해지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문제가 되는지를 파악해서 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활용하자는 취지이지,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비난하기 위해 사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 언론이 이를 주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언론이 사안의 부정적인 면을 주목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은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도 맞다. 다만 현재의 보도 방식이 주목을 끄는 데만 초점을 맞춰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그저 던지기만 하는 방향으로 쏠려있어 현행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평가와 사후 보완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재난 이후’를 위한 의제 발굴은 대중들의 부정적 반응 유도와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언론은 어떤 환경, 어떤 집단이 감염병에 취약한지, 또 어떻게 해야 사후에 더 큰 위기에 처하지는 않는지를 살필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공백의 복구가 가장 취약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시스템의 일시 정지 속에서 고정적 주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도 원점부터 고민되어야 한다. 의료 인력들의 무한한 헌신을 강제하는 만성적인 인력난,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취약해지는 장애인 복지 구조, 사회적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양육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안전용품이 정규직과 다를 정도로 노골적인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 대우, 편견과 혐오를 특정한 사람과 집단에 투사하여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감정적 움직임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점, 일부 국민의 이기적 행동이 나타나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자가 원활하게 보급되지 않는 점 등 우리 사회가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 다양하고 오래된 문제들이 이번 사안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답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답안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역할을 언론이 담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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