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코로나’ 탓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18일까지 제재 면제 신청하면 기한 연장](https://img.khan.co.kr/news/2020/03/08/l_2020030901000826800083981.jpg)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ㄱ주식회사는 전자부품을 생산·판매한다. 본사와 공장은 대구시에 위치해 있고 대량생산을 위해 중국의 두 도시에 큰 규모의 자회사를 갖췄다. 지난 1년간 회사는 열심히 사업을 했고, 전년 대비 매출액이 늘었을 것으로 기대됐다. 오랜만에 영업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9년 12월31일까지의 재무 상태와 연간 사업 성과 및 현금 흐름 등을 담은 회계장부를 마감하기 위해 연초부터 2월 중순까지 결산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이후 회계감사를 받고 3월 말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를 개최해 2019 회계연도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순탄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 계획은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확산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는 반복적으로 본사와 공장을 폐쇄하고 방역에 들어가야 했다. 사업장의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한 임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회사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중국에 있는 자회사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1월 말부터 정상가동이 안되고 있다.
회계결산이야 회계팀 임직원 몇 명이 모여서 뚝딱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무슨 전염병을 이유로 회계결산과 회계감사를 못하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사 임직원의 협조가 없다면 회계결산도 못하고, 회계감사는 더더욱 어렵다.
제조업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생산원가 결산이 핵심이다. 가장 어렵고 복잡하다. 금액 결산과 물리적 결산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재료를 얼마에 사왔는지, 인건비와 각종 경비가 얼마씩 투입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연말에 원재료, 제품, 반제품 등이 몇 개 남았고 1년 동안 몇 개 생산했는지 계산해야 한다.
재무제표에 찍히는 숫자의 모든 근거자료는 완벽하게 구비되어야 하고 외부감사인은 이를 확인해야 한다. 이 숫자는 회사가 정한 규정과 시스템에 따라야 하며 내부통제가 잘되는 상황에서 작성되어야 한다. 회계감사는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회사의 각종 제도와 통제절차를 이행했는지도 살피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장 임직원에 대한 인터뷰와 물리적인 확인 등이 필수적이다.
중국에 큰 자회사를 갖추고 있다면 회계감사를 하는 감사인은 필수적으로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이 완벽하게 잘 갖춰져 있다면 현장방문 없이 대체적인 감사절차도 가능하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감사가 이루어지면 현지 출장은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이렇게 회계결산과 회계감사에 애로 사항이 있는 기업들에 대하여 3월18일까지 ‘코로나19에 따른 감사보고서 등 제출지연 관련 제재 면제 신청’ 서식을 작성해서 내도록 했다. 신청서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보고서의 원래 제출기한인 3월30일을 지키지 못해도 행정제재를 면제하고 5월15일까지 기한을 연장해준다고 한다. 3월5일까지 이 서식을 제출한 상장기업은 6개 정도로 아직까지 많지는 않다.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예전처럼 모든 상장기업이 3월 말에 결산과 주주총회를 끝내는 게 불가능하다.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채권자, 금융기관, 투자자, 정부 등 여러 재무제표 이용자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잘 협조하고 합심해 최대한 빨리 정상화되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