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 파손 알고도 방치
행정기관 무관심의 민낯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세워진 ‘5·18 진상규명’ 글자 조형물이 ‘1’자가 빠진 채 방치돼 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두 달 앞둔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는 ‘5·18’에서 ‘1’자가 빠진 글자 조형물이 서 있었다. 높이 1m 크기의 이 글자는 애초 ‘5·18 진상규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8 진상규명’이 된 것이다. 도청 인근에 직장이 있는 한 시민은 “ ‘5·18’에서 ‘1’자가 빠진 지 한참 됐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서 “어제는 외국인들이 ‘5·18이 왜 5·8로 돼 있느냐’고 묻기도 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전남도청 앞에 설치된 5·18 조형물이 파손된 채 두 달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해당 조형물은 광주민족미술인협회가 ‘5·18 진상규명’을 염원하면서 2016년 제작한 것이다. 도청 앞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은 그동안 ‘5월 단체’ 등에서 비용을 마련해 수리했다. 하지만 올해 초 일부 글자가 파손된 것이 또 발견됐다. 파손된 조형물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5·18을 대하는 행정기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옛 도청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조형물이 세워진 도청 앞 광장은 광주시가 관리한다. ‘1’자가 사라진 것을 봤지만 경위는 모른다”고 했다. 도청 앞 광장을 관리하는 광주시는 옛 전남도청복원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의 요청을 받고 지난 1월부터 해당 조형물의 파손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광주시는 2월 초 조형물을 만든 광주민족미술인협회에 수리비용 등을 문의했지만 수리 요청은 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조형물 여러 곳이 파손돼 옮겨서 완전히 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지만 수리해 달라는 요청은 받지 못했다”면서 “일부 글자가 사라진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파손된 조형물을 고쳐달라는 요청이 이어져 지난주 ‘1’자 제작을 의뢰했다”고 밝혔지만, 조형물을 만든 조각가가 아닌 일반 업체에 맡겼다. 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 간 협의를 진행하느라 조치가 늦었다. 임시로 ‘1’자를 만들고 별도 예산을 세워 완전하게 수리한 뒤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