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흔들리는 ‘트럼프 랠리’와 ‘아베노믹스’

김향미 기자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코로나19에 흔들리는 ‘트럼프 랠리’와 ‘아베노믹스’

‘트럼프 랠리’와 ‘아베노믹스’가 코로나19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경제 실적을 무기 삼아 여러 정치적 위기를 건너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두 사람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경제까지 비틀대면서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위대한 미국’과 ‘강한 일본’을 내세운 두 사람은 ‘영혼의 단짝’(soulmate)으로 불렸는데, 집권 후 최대 시험대에도 나란히 오른 것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지난 9~13일 미국인 79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트럼트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2%에 불과했다. 조사 기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11일)을 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13일)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강도를 높여왔던 시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독감 같은 것”이라며 코로나19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개인별장에서 호화 파티를 벌인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 파티에서 참석자 중 최소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 때도 “매우 잘 통제하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 발언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 “불안정한 코로나19 대응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협이 됐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치적으로 내세웠던 경제가 올해 11월 대선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뉴욕증시가 급락을 거듭했고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만 고지’ 밑으로 추락했다. 다우지수 ‘2만 고지’는 2017년 1월 ‘트럼프 랠리’의 출발점을 상징한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에, 금리 인하에, 현금 투입까지 꺼냈다.

아베 총리도 부실 대응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일본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한 달여 동안, 물러나 있다가 지난달 29일에야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각 지지율이 36.5%까지 떨어지고, 전국 초·중·고교 임시 휴교령을 독단적으로 발표해 비판이 커진 직후였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방치하고, 국제사회에 일본 상황을 은폐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정치 일정은 꼬였다. 당장 아베 총리가 ‘부흥 올림픽’으로 삼으려던 7월 도쿄 올림픽을 둘러싼 취소·연기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 연기를 위한 명분찾기에 나섰다는 말까지 들린다. 국정 동력이 상실되면서 아베 총리가 의욕을 보여온 ‘임기 내 헌법 9조 개정’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근본적으론 정권 버팀목으로 여겨졌던 ‘아베노믹스’는 흔들거리고 있다.

관심은 두 사람이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막말, 측근·가족 비리, 외교 갈등 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아베 총리는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대안 부재’ 속에 경제 실적을 발판삼아 위기를 넘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진짜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대응 실패 등 두 사람의 정치적 실책이 두드러진 데다, 유례없는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분위기를 바꿀 꺼리가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정치 미꾸라지(Political Houdini) 아베, 코로나 역풍은 못 피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경제 불황이 심화될 경우 아베 총리가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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