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주 뉴욕시에서 19일(현지시간) 처음 문을 연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는 중에 ‘불평등’ 논란이 일고 있다. 모두가 같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부를 가진” 미 정치인들은 증시 급락 전 대량의 주식을 내다팔아 구설에 올랐다.
일반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서 보건기관을 찾아도 오랜시간 기다리고, 혹은 검사를 거부당하는데 유명인과 정치인, 프로 운동선수들이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평등’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8일 미국프로농구(NBA)의 브루클린 네츠는 선수단이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경기를 한 후 돌아오자마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케빈 듀랜트 등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의도치 않은 분노를 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트위터에 “코로나19 검사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 먼저 받아야 한다”며 선수단을 비판했다.
ABC의 리얼리티 방송 <배철러레트>에 출연해 유명해진 알리 페도토스키는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알렸는데,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AP통신에 “열은 없었지만 다른 증상이 있었다”면서 “긴급하게 나를 돌봐야 했다”고 해명했다. 할리우드 배우 이드리스 엘바는 지난 1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증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증상이 없는데 왜 검사를 받았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엘바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검사를 받았고, 사립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감염이 의심될 때 누구나 검사를 받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미국에선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특권처럼 비춰지고 있다. 발병 초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진단 키트 배부에 문제가 있었고, 당국이 검사 대상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으면서 검사를 받는 자체가 어려웠다. 검사를 받아도 결과를 받기까진 한참 기다려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명인이나 정치인들이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 자체가 일반 시민들에겐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주간 미국 내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약 3만건이다.
섬유근육통과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어 코로나19가 감염되면 합병증 위험이 큰 로빈 프레이저(30)는 지난주부터 열이 나고 기침이 있어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진단 키트가 부족해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왜 그들이 줄의 앞자리를 차지하나. 나 같은 평균적인 사람들은 줄 뒤로 밀려난다. 의회는 받는데 왜 나는 못받나”고 했다. AP통신은 “(코로나19 검사 격차는) 미국 의료시스템의 불균형의 근본적인 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교육계에선 온라인 수업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라인 수업은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학생은 수업을 들을 수 없고, 장애 학생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별도로 도움을 필요로 한다. 워싱턴주 시애틀 공립학교 대변인인 톰 로빈슨은 휴교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형평성 문제”라며 “모든 학생에게 온라인 수업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어떤 성적도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교육부와 주정부 교육당국은 온라인 수업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각 학교에 온라인 수업을 하되, 학습 지원 차원에 머물러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육 당국은 온라인 수업에서의 성적 반영 결정을 번복해 교사와 학부모 양쪽의 비난을 받고 있다. 처음엔 온라인 수업에 점수와 성적을 매기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학생들의 학업 동기를 떨어뜨린다는 일부 학부모의 비판에 다시 성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시카고 지역 교사조합은 “교육당국이 인터넷과 장비를 가진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의장|AFP연합뉴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의장인 리처드 버 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 부부가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기 전인 지난달 13일 최대 170만달러(약 21억2200만원)의 주식을 매각했다고 독립 언론 프로퍼블리카가 19일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는 의회에 의원들이 제출한 금융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상원 정보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코로나19 브리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의 노아 북바인더 사무국장은 ABC방송에 “코로나19 발병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정보를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 공영방송 NPR은 버 의원이 지난달 말 한 ‘VIP 사교 모임’에 코로나19의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모임에서 버 의원은 “이번 코로나19는 최근 역사에서 본 전염병들보다 강력한 것이고 1918년 유행병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로플러 상원의원(공화·조지아)도 이 기간 100만달러 이상의 주식을 팔았다고 데일리비스트가 보도했다. 로플러 의원은 지난 1월24일 미 행정부가 상원 보건위원회에 코로나19 비공개 브리핑을 시작한 후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의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