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시다지 지 데우스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23일(현지시간) 2000명에 육박한다. 중남미 국가 중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다. 최근 이틀새 하루 300여명씩 감염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그래프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구가 2억명이 넘는 데다, 열악한 환경의 빈민가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역사회 감염을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은 언론의 사기”라며 과소평가하고, 경제 타격을 핑계삼아 연일 친기업 정책을 내놔 비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연일 폭증, 보우소나루는 자신만만
브라질 보건부는 23일 코로나19 확진자는 1960명, 사망자는 3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글로보닷컴 등이 보도했다. 브라질에선 지난 16일 누적 확진자가 200명을 넘은 후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 17일 첫 사망자가 나온 후 6일 만에 사망자도 34명으로 늘었다. 특히 상파울루주에서 감염자 745명, 사망자 30명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지난 21일 코로나19 사망자가 늘고 있다며 15일간 격리 조치를 발표했다. 주민과 차량의 이동을 막고, 필수적인 서비스 이외의 영업행위도 금지했다. 상파울루주에 속한 모든 해변도 폐쇄됐다. 상파울루주는 인구 약 4100만명에, 면적은 24만8222㎢로 한반도보다 조금 넓다. 앞서 20일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부 장관은 “4월 말까지 코로나19가 퍼지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파울루 주지사와 보건부 장관의 현실 인식과 달리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1일 CNN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주정부가 상점을 폐쇄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면서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붕괴’라는 단어가 잘못됐다”며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곡선을 완만하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2일에도 TV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주지사들과 미디어의 많은 속임수를 보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를 ‘언론의 히스테리’나 ‘독감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날 브라질에선 감염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
자료 : 글로보닷컴(globo.com)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친정부 시위 현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 ‘무개념 행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내가 말렸는데도 국민들이 시위에 나왔다는 것은 참 값진 일”이라며 치켜세웠다. 국회에서 연방정부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던 시기라 친정부, 반정부 시위가 잇따라 열렸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친정부 시위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보건위생 여건이 좋지 않은 빈민가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도시엔 ‘파벨라’라 불리는 빈민가가 763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국립통계원에 따르면 브라질 빈민가 주민은 전국적으로 최소 1000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해안 빈민가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크루즈선에, 내륙 빈민가에서 확산하면 호텔이나 아파트에 감염자들을 집단수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침해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헛발질, 떨어지는 지지율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3일 기업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지키겠다며 최대 4개월 동안 무임금으로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지나치게 극단적이자 불법”이라고 비판하고, 노동계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모두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조치”라며 반발하자 해당 조치를 수시간 만에 철회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브라질리아|EPA연합뉴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업이 노동시간과 월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또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3개월 동안 200헤알(약 4만8800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푼돈으로 생색내기’란 비판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에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지지율도 떨어졌다. 23일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18∼20일 1558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설문조사 결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긍정 35%, 부정 33%로 나타났다. 반면 만데타 보건부 장관에 대한 긍정 평가는 55%,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주 등 주지사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평균 54%였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이보페가 17∼19일 상파울루 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48%가 거부감을 나타냈다.